장애인 고용하는 인공지능 관련 회사!

송파구도 재정 등 지원 아끼지 않아

“테스트웍스는 인공지능이 뜰 것 같아서 만든 회사가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잘할 수 있는 직무 영역을 찾다가 만들었습니다.”

윤석원(48) 테스트웍스 대표는 10월29일 “취약계층에게 일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회사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윤 대표는 2015년 인공지능 데이터세트 구축과 소프트웨어 검증을 전문으로 하는 테스트웍스를 설립했다. 그는 “테스트웍스는 벤처 창업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가 아니라 취약계층 고용과 과학기술 분야에 부족한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만든 사회적기업이자 소셜벤처”라고 했다. 인공지능 기술 기반 사회적 벤처기업인 셈이다.

텍스트웍스는 설립 이후 발달·청각장애인, 경력단절여성, 장기 미취업 청년들을 꾸준히 고용해왔다. 현재 전체 직원 중 취약계층이 68%나 된다. 장애인 18%, 경력단절여성 12%, 저소득·장기미취업청년 등이 38%이다. 테스트웍스는 송파구 내 사회적기업 26곳 중 가장 많은 장애인(22명)을 고용한 기업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복지사 3명이 담당 업무와 함께 발달장애인의 소통을 돕고 있다.

송파구는 이런 테스트웍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재정, 공간, 컨설팅과 네트워크 등을 지원한다. 2015년 설립 당시 한 아파트 상가에서 직원 3명으로 시작한 테스트웍스는 매년 큰 폭의 매출과 고용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2017년 6억1100만원, 2018년 13억원, 2019년 49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과 함께 직원 수도 늘어나 2017년 17명, 2018년 33명, 2019년 63명, 올해 7월 95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아져 내가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윤 대표가 회사를 설립해 취약계층을 직원으로 채용하게 된 계기는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할 당시 사회공헌 활동으로 탈북청년에게 소프트웨어 테스팅을 가르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내가 쌓은 전문성이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테스트웍스는 2017년 2월 자율주행차 기술 회사인 스트라드비젼의 인공지능 데이터 가공 업무를 시작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머신러닝) 학습을 위한 전세계 거리, 도로 사진의 데이터 라벨링(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에 특정 값을 부여해주는 작업) 업무를 맡았다.

인공지능 능력을 높이려면 사진 데이터에 사물을 태깅해 학습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율주행 능력을 고도화하려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시각 데이터를 계속 보여주면서 자동차, 사람, 신호등과 표지판 등을 구분할 수 있게 표시하고 설명을 달아줘야 한다.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말 데이터 가공 작업을 마친 내용물을 넘겼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스트라드비젼 쪽에서 장애인을 고용한 좋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에는 고객 소통 방식을 모르고 품질도 좋지 않았죠. 한마디로 성과가 나지 않았습니다. 한 달만 기회를 주면 바로잡겠다고 거래처에 빌었죠.”

윤 대표는 품질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고객사에 결과물을 보내기 전에 동료들이 한 번, 전담 매니저가 다시 한 번 점검하도록 했다.

“장애인들은 사회성과 대인 관계에서 소통 기술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이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무척 세심하고 관찰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이런 데이터 가공 업무에 비장애인보다 더 나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죠.”

테스트웍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장애인 업무적응지원 시스템을 구축했고, 지난해 2월에는 장애인 직원 생활지도 매뉴얼도 갖췄다.

테스트웍스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업무적응지원 시스템을 통해 ‘자기관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체크리스트에는 비장애인에게는 상식적인 내용도 항목으로 만들어 꼼꼼하게 점검했다. ‘1일 전 운동을 10분 이상 했다’ ‘출근시 청결 상태’ ‘출근 후 자리에 앉아 메일부터 확인했다’ 등을 점검하고 기록하게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작업치료사를 초빙해 발달장애인의 사회성과 근무 태도, 업무 능력에 대해 상담도 했다. 또한 상담심리 전문가를 초빙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소통 교육을 하고 있다.

윤 대표는 발달장애인 직원 생활지도 매뉴얼도 만들어 비장애인 직원들이 숙지하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장애인 직원이 장애인 직원을 더 많이 알고 직원들 사이 갈등과 오해, 나아가서 편견을 줄이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있다.

테스트웍스는 전세계 50개 기업이 함께하는 뉴로웍스에 가입했는데, 아시아 기업으로는 최초다. 뉴로웍스는 과학, 기술, 공학과 수학 산업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고용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협력하는 기업, 비영리단체와 개인의 전세계 연합이다.

“테스트웍스는 뉴로웍스의 목표인 이공계 분야에서 5천 명 이상 고용 달성과 고용 기회 확대에 함께하고 있고, 특히 데이터 가공 분야에서 발달장애인 고용 모델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윤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단순한 플랫폼 노동자가 아닌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