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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공동묘지로 조성돼 한때 2만8500여 기의 무덤이 있다가 지금은 7천여 기만 남아 있는 곳. 규모는 줄었지만 40년 동안 공동묘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인지 울창한 숲과 사잇길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묘지가 망우리공원이 지나온 과거를 말해준다.
이곳은 자신의 신후지지(身後地地)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던 태조 이성계가 현재의 동구릉을 본인의 사후 능지로 결정하고 환궁하던 중, 지금의 망우리고개에서 사후 능지를 바라보며 “이제야 근심을 잊게 됐다” 해서 망우(忘憂)령 또는 망우리고개라 불리게 됐다.
망우리공원이 특별한 것은 한용운, 안창호, 오세창, 문일평, 방정환 등 애국지사와 이중섭, 권진규, 박인환, 계용묵과 같은 문화예술인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주역 60여 분이 영면해 계신 역사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순환도로를 정비해 5.2㎞의 산책로를 만들면서 이곳을 ‘사색의 길’이라 이름 붙인 이유도 어쩌면 망우리공원에 잠들어 계신 분들을 떠올리기 위함이 아닌지 모르겠다.
망우리공원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한 분의 역사적 인물이 잠들어 계신 것으로 추정된다. 유관순 열사가 바로 그분이다. 순국 뒤 이태원공동묘지에 표석도 없이 안장됐다가 이태원 개발로 인해 1935년부터 이듬해 4월까지 무연고묘 2만8천여 기가 망우리공원으로 옮겨졌다. 이때 유연고묘에 포함되지 않은 유관순 열사가 망우리공원의 ‘이태원묘지 무연분묘 합장묘’에 모셔졌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나왔다.
중랑구는 열사의 순국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9월 열사를 기억하고 독립운동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순국 100주년 추모식을 마련했다. 합장묘역에는 보행 약자를 위한 진입로와 참배 공간이 마련돼 있다. 구는 유관순 열사의 희생을 기리는 참배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 자문을 거쳐 합장분묘의 작은 봉분과 묘비도 본래 모습으로 복원했다. 합장묘역 입구에는 열사의 연보와 독립 활동 내용을 담은 홍보판도 세워져 있어 유관순 열사 추모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망우리공원 탐방코스는 2.7㎞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역사문화 코스와 사잇길로 나뉘었다. 천천히 산책하며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또한 애국지사의 길, 근대의학 선구자의 길 등 테마별 코스도 있어 가족 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망우리공원은 정상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동양 최대 인공폭포인 용마폭포공원으로 유명한 용마산과 연결된다. 용마산에서는 지난해 11월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운이 좋다면 도심에서 천연기념물 산양을 만나는 행운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중랑구가 서울시로부터 망우리공원 관리권을 이관받았다. 구가 새해부터 본격적인 역사문화 공원 조성에 나서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종식을 전세계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서로의 온기가 그리운 요즘, 망우리공원에서 바이러스 종식에 대한 자그마한 희망을 가져본다. 이곳이 근심을 잊었다는 망우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영진 중랑구 홍보담당관 언론팀장, 사진 중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