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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상도역에서 체험하는 ‘다가온 미래 농업’

등록 : 2021-02-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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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안 기자의 상도역 ‘메트로팜’ 답사기

각종 채소 LED 빛 아래에서 24시간 ‘쑥쑥’

1월31일 오후 상도역 메트로팜을 두 번째 찾았다. 2주 전 수북하게 올라왔던 작물들은 수확 후 전국 유통망을 거쳐 빠져나갔고, 그 자리에 새 씨앗이 움텄다. 메트로팜 재배 작물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38일 정도 재배 기간을 거친다. 하루 생산량은 약 51㎏에 달한다.

정보통신기술로 실내 온·습도 실시간 측정 뒤 pH, CO₂ 등 관리

120평 공간에서 월 1120㎏ 채소 수확

로봇이 ‘파종~수확’ 완전 관리하기도

미세먼지 없고 무농약 인증까지 받아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 로봇이 매일 농사짓는다면? 언뜻 들으면 공상 같은 설정이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독자들이 어제 온라인으로 주문한 샐러드 팩 속 일부 재료는 이곳 로봇이 기른 농작물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월17일과 31일 오후 ‘상도역 메트로팜’(Metro Farm)을 찾았다. 말 그대로 ‘지하철 농장’의 경작은 연중무휴 24시간 일어나고 있었다.


‘메트로팜’ 도시농업의 새로운 제안

상도역 메트로팜은 2019년 9월 문을 열었다. 서울지하철 7호선 상도역 2번 출구 방향으로 올라가면 통유리창 너머 보랏빛 엘이디(LED) 광이 밝히는 그곳이다.

전체 면적은 394㎡ 규모(약 120평)로 널찍하다. 기존에 있던 상도역 ‘만남의 광장’이 유휴공간으로 전락하자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농업회사 팜에이트와 협력해 실내 수직농장을 조성한 경우다. 시민의 도시 생태 감수성을 높이고, 도시농업 일자리를 만들며, 미래 농업 체험까지 챙겨보자는 목적이다.

‘스마트팜’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빛과 온도 등 환경요소를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식물 재배 공간’을 말한다. 상도역 메트로팜 역시 이러한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한다.

컴퓨터와 연결된 모니터가 실시간으로 실내 생육환경을 수치별로 측정해 보여준다. 광합성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 작물 뿌리의 양분 흡수를 조절하는 토양 전기전도도(EC)와 산도(pH), 공기에 있는 이산화탄소(CO₂) 수치 등이다.

메트로팜에서 재배한 작물은 하루 약 51㎏. 한 달 최대 1120㎏에 이른다. 사람 손을 빌려 수직 6단으로 쌓은 재배 선반(베드)에 각기 다른 작물을 심었다. 주로 유럽 품종이다. 요즘 마트에서도 종종 보이는 버터헤드 상추, 이자트릭스, 카이피라, 이자벨, 에즈라, 스텔릭스, 파게로 등이다. 로봇이 아예 씨앗까지 심고 관리·수확하는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인 ‘오토팜’에선 로메인과 롤라로사를 일일 최대 5㎏까지 생산한다.

유럽 품종을 재배하는 이유는 뭘까. 국내 농가와 경쟁하지 않는 작물을 우선 선정하고, 유럽 품종의 비싼 수입단가를 낮춰보려는 시도라고 한다. “무엇보다 다양하고 남다른 샐러드 식감을 찾는 젊은 세대 유행을 반영했습니다. 앞으로 점차 작물 재배 범위를 넓혀갈 수 있습니다.” 이호정(33) 메트로팜 선임이 설명했다.

메트로팜에선 파종에서 수확까지 약 38일 정도 걸린다. 대략 300여 개 구멍에 씨앗을 심으면 약 12일 정도 간격으로 선반(베드)을 한 칸씩 올려준다고 한다. 다 자란 작물은 재배팀에서 수확한 뒤 빙그레, 씨유(CU), 스타벅스, 지에스(GS)25, 마켓컬리 등 서울과 전국 유통업체로 퍼져나간다.

흔히 염려하는 ‘미세먼지’ 유입은 없다. 완전 밀폐형 실내농장이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점은 메트로팜 작물의 대표 특징이다.

“지난해 장마 피해가 심각했죠. 실내농장의 최대 장점은 이런 극심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 없이 안정적 생산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무농약, 무지엠오(GMO·유전자변형농산물), 무병충해 실천이 가능해 ‘청정채소’를 기를 수 있게 됩니다.” 이 선임이 설명했다. 실제로 상도역 메트로팜에서 기른 작물은 무농약과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았다.

메트로팜은 상도역 외에도 답십리역, 천왕역, 을지로3가역, 충정로역까지 총 5개 역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흙 없이 ‘배양액’으로 키워내는 농작물 세계

메트로팜에서 자란 실내 작물을 살찌운건 인공 빛과 물이다. 알록달록한 엘이디 광은 식물생장용인데 이 가운데 노란색은 뿌리를, 빨간색은 새싹을, 파란색은 잎을 성장 시킨다고 한다. 빛의 파장 차이다. 또한 칼슘, 질소, 마그네슘 등을 섞고 pH를 맞춘 물은 선반(베드)을 순환하며 작물에 영양을 공급한다.

상도역 메트로팜은 밀폐형 공간에서 순환식 수경재배 방식을 활용하는 스마트팜이다. 식물생장전용 엘이디(LED) 광을 사용한다.

막 재배한 작물 맛은 어떨까. 제법 길게 뿌리를 내린 ‘이자벨’ 한 포기를 잡고 비틀며 뽑아냈다. 코로나19로 체험 공간에선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집에서 이파리를 한참 씹어보니 노지에서 자란 작물처럼 아삭함은 없어도, 줄기가 여려 삼키기 쉽고 뒷맛이 달곰했다. 다만 ‘심리적 저항’이 잠시 일었다. 자고로 농업은 24절기를 거쳐 햇빛과 흙과 사람이 키워야 하거늘, 24시간 밤잠없이 자란 작물이 온당할까 하는 ‘선비 마인드’가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미래식량을 대비하는 목적에서 스마트팜은 해외 농업 스타트업의 주요 창업 분야로 꼽힌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이 발표한 ‘스마트팜과 스마트농업 정보량 추이에 대한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7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 이후 같은 해 스마트팜과 ICT 농업 관련 언급 게시물은 2018년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노지 스마트 농업 시범 사업 공모 등 정부 지원과 청년창업농 관심 확대가 원인이라고 농정원은 분석했다.

이 선임은 “남극 등 오지에서 오토팜을 활용해 상추를 재배할 수 있고, 토양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곳에서도 실내농장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노지 재배 한계 가운데 하나인 생산량 측면에서도 스마트팜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가장 빠른 산지 직송”

상도역 메트로팜에는 이 외에 농장에서 수확한 작물로 샐러드를 만들어 내는 ‘팜카페', 그리고 시민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을 하는 ‘팜아카데미’ 등이 있다.

‘팜카페’에선 농장에서 수확한 12종 작물로 즉석 샐러드를 만들어 판다. 때마다 수확한 작물을 기본으로 병아리콩, 파프리카, 견과류, 블랙올리브 등을 가득 곁들인다. 조리대와 농장의 거리가 채 5분이 안 되다 보니 “농장에서 식탁까지 가장 빠른 산지 직송”이란 말도 나온다.

“이자트릭스는 아삭하고 이자벨은 단맛이 나는 등 작물마다 식감과 맛이 다 다르죠. 어르신이나 여성들이 자주 찾고 있어요.” 이태현(25) 팜카페 부매니저의 말이다.

‘팜아카데미’에선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성인과 어린이 대상으로 스마트팜 관련 교육과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보물찾기’, ‘식습관 고치기’ 등 체험행사가 인기 있다. 시간은 총 1시간 정도 걸린다. 수확 체험한 작물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네이버 ‘팜에이트(Farm8) 팜아카데미’에서 예약 신청을 받는다. (문의 02-3280-9116)

농장에서 수확 후 팜카페 운송까지 5분. 이 때문에 “가장 빠른 산지 직송”이란 말도 나온다. 식감은 노지에서 자란 작물에 비해 대체로 여린 편이다.

글·사진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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