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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 박사과정 밟고 있는 신부님
다문화센터 운영하며 ‘상담 중요’ 눈떠
2017년 시작, 이주민 500명 교육 마쳐
사업체 꾸려 본격 상담 회사 ‘1월 출발’
2월20일 광진구의 한 카페에 있는 교육장에서 다문화 동료 상담 교육센터 ‘엠피코’의 정지원 공동대표가 상담의 기본인 ‘경청’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서 온 결혼 이주여성들로 다문화 동료 상담 교육과 훈련을 거쳐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옌지(연길) 출신 박시은씨는 결혼 이주여성이다. 대학 졸업 뒤 베이징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남편을 만났다. 2006년 한국으로 이주했다.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는데 여러 차별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차별받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 주눅 들지 말고 뭐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4년 전 다문화 동료상담사 양성과정에 참여해 자격증을 땄다. 교육 과정에서 그간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른 이주여성들을 상담하며 자신감도 되찾았다.
박씨가 참여한 다문화 동료상담사 양성과정이 지난 1월 사업체로 꾸려져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다문화 동료 상담 교육센터 ‘엠피코’(MPCO, Multiculture Peer COoperation)는 ‘다문화의 가치를 전문성 있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누리집(mpco.modoo.at) 상담 코너엔 ‘다문화 상담, 훈련받은 동료가 모국어로’라는 문구가 있다. 한국어와 더불어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로 상담 안내와 상담사 소개를 볼 수 있다. 현재 네 나라 출신 상담사 9명이 각자의 모국어로 채팅, 화상, 전화 등으로 상담한다. 내담자는 언어와 문화가 같은 상담사에게 편안하게 상담받는다.
2월20일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정지원 엠피코 공동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살레시오 수도회 신부다. 2017~2019년 수도회가 광진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위탁운영을 하면서 3년 동안 센터장을 지냈다. 다문화 가정의 삶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이들을 위해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다. 경제적 어려움, 문화 적응, 한국말 사용 등 하나에서 열까지 어려움투성이였다. 그는 “정서적으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하자고 생각해 다문화 동료상담사 양성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왜 동료상담사 양성 교육이었을까? 정 대표는 센터장을 맡기 전부터 상담 공부를 해왔다. 신부가 된 뒤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어 우연한 기회에 상담받은 뒤 상담학에 관심을 가졌다. 상담심리 석사학위를 따고 임상 상담심리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여러 분야 상담전문가 자격증도 취득했다. 당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이주민 상담 서비스 수요는 많았지만, 공급은 턱없이 적었다. 센터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담 횟수는 80회인데, 대상자 한 명당 10회 상담하면 한 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8명뿐이었다. 상담하더라도 언어와 문화가 달라 이주민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주민을 다문화 동료상담사로 키우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양성 교육 참여 이주민은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거치고, 동료상담사가 돼 다른 이주민에게 도움을 주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그림을 그렸다. 많은 이주민이 일하고 싶어 하는데, 괜찮은 일거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첫 과정은 중국 출신 이주민 2명으로 시작했다. 참여자들과 센터 직원들 입소문으로 8명까지 늘었다. 다음 해 2기 과정엔 서울시 지원사업으로 진행해 20여 명이 참여했다. 2019년엔 기존 참여자는 상담 파견반, 신규 참여자는 상담 양성반으로 동시 운영했다. 지난해엔 상담 모임과 상담 사례 모임, 상담 슈퍼비전을 운영했다. 그간 참여한 이주민의 연인원은 500여 명에 이른다. 양성과정 참여자들이 치유받으며 성장하는 게 정 대표 눈에 보였다. 한국에 와서 겪은 정서적 어려움, 우울감, 외로움이 개선되면서 자존감도 높아졌다. 상담사와 내담자 역할로 나눠 시연 형태로 여러 회기를 진행하고, 끝난 뒤 피드백을 줬다. 소통 방식과 기술을 배우면서 자녀 관계, 부부 관계, 대인 관계가 나아졌다. 그는 “지치고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정 대표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힘을 합쳐 스스로 설 수 있게 격려했던 것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교육 참여자인 박씨는 “상담사 자격증을 따서 다른 이주민들을 도우면서, 나 자신이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박씨는 더 많은 일을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겨 지인들과 자조 모임 ‘다빛나’를 만들었다. 30여 명의 자조 모임 참여자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스스로 ‘꿈이 큰 사람’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이주민에게 더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늘 제약이 많다. 전문가를 초빙하고, 좋은 교육환경에서, 더 많은 대상자를 참여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게 늘 아쉽다. 지난해부터는 교육 장소도 없어서 매번 싼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 형편이고 활동비도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그는 “다문화 상담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올해는 자체적으로 민간 자격증을 만들어 등록할 계획이다. 실제 상담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만들어보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다문화 동료 상담이 제도화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이미 장애인 동료 상담 사업, 정신건강증진센터의 회복 정신장애인 동료 지원가 사업 등이 운영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다문화 동료 상담을 운영해 일자리도 만들고,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글·사진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왜 동료상담사 양성 교육이었을까? 정 대표는 센터장을 맡기 전부터 상담 공부를 해왔다. 신부가 된 뒤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어 우연한 기회에 상담받은 뒤 상담학에 관심을 가졌다. 상담심리 석사학위를 따고 임상 상담심리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여러 분야 상담전문가 자격증도 취득했다. 당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이주민 상담 서비스 수요는 많았지만, 공급은 턱없이 적었다. 센터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담 횟수는 80회인데, 대상자 한 명당 10회 상담하면 한 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8명뿐이었다. 상담하더라도 언어와 문화가 달라 이주민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주민을 다문화 동료상담사로 키우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양성 교육 참여 이주민은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거치고, 동료상담사가 돼 다른 이주민에게 도움을 주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그림을 그렸다. 많은 이주민이 일하고 싶어 하는데, 괜찮은 일거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첫 과정은 중국 출신 이주민 2명으로 시작했다. 참여자들과 센터 직원들 입소문으로 8명까지 늘었다. 다음 해 2기 과정엔 서울시 지원사업으로 진행해 20여 명이 참여했다. 2019년엔 기존 참여자는 상담 파견반, 신규 참여자는 상담 양성반으로 동시 운영했다. 지난해엔 상담 모임과 상담 사례 모임, 상담 슈퍼비전을 운영했다. 그간 참여한 이주민의 연인원은 500여 명에 이른다. 양성과정 참여자들이 치유받으며 성장하는 게 정 대표 눈에 보였다. 한국에 와서 겪은 정서적 어려움, 우울감, 외로움이 개선되면서 자존감도 높아졌다. 상담사와 내담자 역할로 나눠 시연 형태로 여러 회기를 진행하고, 끝난 뒤 피드백을 줬다. 소통 방식과 기술을 배우면서 자녀 관계, 부부 관계, 대인 관계가 나아졌다. 그는 “지치고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정 대표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힘을 합쳐 스스로 설 수 있게 격려했던 것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교육 참여자인 박씨는 “상담사 자격증을 따서 다른 이주민들을 도우면서, 나 자신이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박씨는 더 많은 일을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겨 지인들과 자조 모임 ‘다빛나’를 만들었다. 30여 명의 자조 모임 참여자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스스로 ‘꿈이 큰 사람’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이주민에게 더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늘 제약이 많다. 전문가를 초빙하고, 좋은 교육환경에서, 더 많은 대상자를 참여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게 늘 아쉽다. 지난해부터는 교육 장소도 없어서 매번 싼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 형편이고 활동비도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그는 “다문화 상담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올해는 자체적으로 민간 자격증을 만들어 등록할 계획이다. 실제 상담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만들어보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다문화 동료 상담이 제도화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이미 장애인 동료 상담 사업, 정신건강증진센터의 회복 정신장애인 동료 지원가 사업 등이 운영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다문화 동료 상담을 운영해 일자리도 만들고,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글·사진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