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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천마산 치유숲인 ‘기력회복 숲’ 프로그램 동행기
나이 들어 처음 걷는 산길 체험에 모두 ‘힘들지만 행복’
천마산 치유숲 ‘기력회복 숲’ 프로그램에 참가한 주민 5명이 14일 김형기 산림치유지도사를 따라 산길을 오르고 있다. 송파구는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도록 4월부터 11월까지 천마산 치유숲을 운영한다.
“숲에서 명상까지 하는 것, 최고의 선물 아닌가요”
힐링, 기력회복, 소통, 호연지기 테마
이용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스트레스 해소, 건강한 생활에 도움
“젊었을 때 놀러 다닌 적은 있었지만, 나이 들어서 이런 산길 체험은 처음이에요. 오늘같은 날 너무 행복해요.”
송파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했던 치유숲 프로그램을 4월부터 다시 시작했다. 치유숲 프로그램에 참가한 70대 주민 박영숙(가명)씨는 “노인들이 아프기 전에,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스스로 나서서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야외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했다. 14일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송파구 천마산 치유숲 프로그램에 동행했다. 오전 10시 천마산 치유숲센터 앞에 도착했다. 김형기(62) 산림치유지도사와 ‘기력회복 숲’ 프로그램을 신청한 참가자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이날 오전 프로그램에는 50대인 한경희(가명)씨를 비롯해 60대 2명, 70대 2명 등 모두 5명이 참가했다. 김 지도사를 따라 산 입구를 지나자 유아숲데크가 보였다. 김 지도사는 이곳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었다. “이제 산길을 좀 걷겠습니다.” 김 지도사의 말과 함께 천마산 둘레길을 걸어 산 정상 부근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천마산 순환 둘레길은 2.6㎞로 1시간이면 넉넉하게 완주할 수 있다. 김 지도사가 앞장섰다. 참가자들은 오랜만에 산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노인들이 집에만 있으니 무료하잖아요. 힐링할 생각을 하니 너무 좋아서 오늘 새벽 6시 일어나서 준비하고 왔어요. 평소 이런 산길은 못 걷죠. 너무 고맙게 생각해요.” 일행 뒤쪽에서 산을 오르던 박씨가 말문을 열었다. 박씨는 “일상을 무료해하는 노인이 많은데, 걸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김 지도사는 산을 오르면서 틈틈이 숲에 대해 설명했다. 김 지도사가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더니 “개암나무”라고 알려줬다. “헤이즐넛 커피를 만들 때 향을 내는 원료로 사용하는 나무와 같은 종류예요.” 눈부신 5월의 신록 사이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청명하게 들렸다. “어디까지 올라가요? 계속 이렇게 올라가?” 20여 분 산길을 올라가던 박씨가 힘에 겨운지 “우리가 칠십 중반”이라며 김 지도사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물었다. 야트막한 산이라서 젊은 사람들은 힘든 줄 모르겠지만, 평소 산을 타지 않는 노인들은 숨이 가빠올 만했다. “저기 저기, 청설모가 있네.” 같이 걷던 한씨가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청설모를 가리켰다. 청설모가 나무를 타는 모습이 앙증맞아 보였다. 한씨는 숲이 우거지는 데는 다람쥐와 청설모도 한몫한다고 알려줬다. 다람쥐는 겨우내 먹을 식량으로 도토리를 숲속 여기저기에 숨겨두는데, 다람쥐가 찾지 못한 도토리가 싹이터 나무로 자라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길을 따라 30여 분 걷자 드디어 목적지인 요가데크에 도착했다. 김 지도사는 자신은 프로그램 진행 준비를 하겠다며, 참가자들에게 바로 위에 있는 전망대에 다녀오라고 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저 멀리 산등성이에 남한산성이 보였다. “힘들지만 기분 좋게 힘든 것 있잖아요. 걸을 땐 힘들어도 머리가 맑아지고 좋더라고요. 혼자 걸으면 지겨울 수 있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걸으니까 더 좋아요.” 전망대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던 한 참가자는 “오랜만에 산에 오르니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다시 요가데크로 돌아오자 돗자리가 펴져 있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겠습니다. 쭉 누우세요. 오감명상이라고 하는데요, 귀로 눈으로 코로 자연을 느끼고 즐기시면 됩니다. 음악 틀어드리겠습니다.” 김 지도사의 말이 끝나자,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이 흘렀다. 김 지도사는 하늘을 보면 무척 아름다울 거라고 했다. “아이 좋아라.”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던 한 참가자의 말소리가 들렸다. 참가들은 푸른 숲속에 둘러싸여 티 없이 맑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읊조렸다.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 일어나 몸을 부드럽게 하는 유연체조(스트레칭)에 이어 명상을 했다. “편하게 앉아 눈을 살며시 감고 손을 편안한 곳에 놓고 허리를 곧게 폅니다. 이 시간 다른 아무것도 고민할 필요없이 마음의 짐을 던져버리세요. 미래의 걱정도 멀리 던져버리고 이 순간 마음을 훨씬 가볍고 편안하게 만드세요.” 김 지도사의 말에 따라 참가자들이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따스한 햇볕이 참가자들 머리 위를 비추고,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며 스쳐지나갔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킨 참가자들 표정이 평화로워 보였다.
송파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했던 치유숲 프로그램을 4월부터 다시 시작했다. 치유숲 프로그램에 참가한 70대 주민 박영숙(가명)씨는 “노인들이 아프기 전에,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스스로 나서서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야외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했다. 14일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송파구 천마산 치유숲 프로그램에 동행했다. 오전 10시 천마산 치유숲센터 앞에 도착했다. 김형기(62) 산림치유지도사와 ‘기력회복 숲’ 프로그램을 신청한 참가자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이날 오전 프로그램에는 50대인 한경희(가명)씨를 비롯해 60대 2명, 70대 2명 등 모두 5명이 참가했다. 김 지도사를 따라 산 입구를 지나자 유아숲데크가 보였다. 김 지도사는 이곳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었다. “이제 산길을 좀 걷겠습니다.” 김 지도사의 말과 함께 천마산 둘레길을 걸어 산 정상 부근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천마산 순환 둘레길은 2.6㎞로 1시간이면 넉넉하게 완주할 수 있다. 김 지도사가 앞장섰다. 참가자들은 오랜만에 산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노인들이 집에만 있으니 무료하잖아요. 힐링할 생각을 하니 너무 좋아서 오늘 새벽 6시 일어나서 준비하고 왔어요. 평소 이런 산길은 못 걷죠. 너무 고맙게 생각해요.” 일행 뒤쪽에서 산을 오르던 박씨가 말문을 열었다. 박씨는 “일상을 무료해하는 노인이 많은데, 걸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김 지도사는 산을 오르면서 틈틈이 숲에 대해 설명했다. 김 지도사가 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더니 “개암나무”라고 알려줬다. “헤이즐넛 커피를 만들 때 향을 내는 원료로 사용하는 나무와 같은 종류예요.” 눈부신 5월의 신록 사이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청명하게 들렸다. “어디까지 올라가요? 계속 이렇게 올라가?” 20여 분 산길을 올라가던 박씨가 힘에 겨운지 “우리가 칠십 중반”이라며 김 지도사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물었다. 야트막한 산이라서 젊은 사람들은 힘든 줄 모르겠지만, 평소 산을 타지 않는 노인들은 숨이 가빠올 만했다. “저기 저기, 청설모가 있네.” 같이 걷던 한씨가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청설모를 가리켰다. 청설모가 나무를 타는 모습이 앙증맞아 보였다. 한씨는 숲이 우거지는 데는 다람쥐와 청설모도 한몫한다고 알려줬다. 다람쥐는 겨우내 먹을 식량으로 도토리를 숲속 여기저기에 숨겨두는데, 다람쥐가 찾지 못한 도토리가 싹이터 나무로 자라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길을 따라 30여 분 걷자 드디어 목적지인 요가데크에 도착했다. 김 지도사는 자신은 프로그램 진행 준비를 하겠다며, 참가자들에게 바로 위에 있는 전망대에 다녀오라고 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저 멀리 산등성이에 남한산성이 보였다. “힘들지만 기분 좋게 힘든 것 있잖아요. 걸을 땐 힘들어도 머리가 맑아지고 좋더라고요. 혼자 걸으면 지겨울 수 있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걸으니까 더 좋아요.” 전망대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던 한 참가자는 “오랜만에 산에 오르니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다시 요가데크로 돌아오자 돗자리가 펴져 있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겠습니다. 쭉 누우세요. 오감명상이라고 하는데요, 귀로 눈으로 코로 자연을 느끼고 즐기시면 됩니다. 음악 틀어드리겠습니다.” 김 지도사의 말이 끝나자,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이 흘렀다. 김 지도사는 하늘을 보면 무척 아름다울 거라고 했다. “아이 좋아라.”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던 한 참가자의 말소리가 들렸다. 참가들은 푸른 숲속에 둘러싸여 티 없이 맑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읊조렸다.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 일어나 몸을 부드럽게 하는 유연체조(스트레칭)에 이어 명상을 했다. “편하게 앉아 눈을 살며시 감고 손을 편안한 곳에 놓고 허리를 곧게 폅니다. 이 시간 다른 아무것도 고민할 필요없이 마음의 짐을 던져버리세요. 미래의 걱정도 멀리 던져버리고 이 순간 마음을 훨씬 가볍고 편안하게 만드세요.” 김 지도사의 말에 따라 참가자들이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따스한 햇볕이 참가자들 머리 위를 비추고,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며 스쳐지나갔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킨 참가자들 표정이 평화로워 보였다.
한참을 걸어 요가데크에 도착한 천마산 치유숲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김형기 산림치유지도사가 보여주는 요가 동작을 따라 하면서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명상한 뒤 혈마사지가 이어졌다. 김 지도사가 혈자리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름과 효능을 설명했다. 참가자 모두 김 지도사를 따라 각자 손으로 혈자리를 두드리거나 때려서 순환을 돕는 혈마사지를 시작했다. 참가자 모두 “시원하다”고 말하며 얼굴에 생기가도는 듯했다.
혈마사지를 마친 참가자들은 김 지도사를 따라 다시 산을 내려왔다. 이전에는 차 마시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생략했다. 참가자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 보였다. “많이 힐링된 것 같아요. 땀 흘리고 명상까지 했잖아요. 녹색 숲을 바라보는 게 굉장히 좋고, 흙을 밟으니까 발바닥이 무척 편해졌어요.” 박씨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힐링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숲에서 명상까지 하는 것은 최고의 선물 아닌가요. 내가 몸이 있다는 것도 잊히더라고요. 아주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씨도 “복잡한 곳에 있다가 이렇게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되는 것 같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생기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천마산 치유숲은 자연을 즐기며 힐링할 수 있는 명소죠.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 지도사는 치유숲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했다. 그는 “치유숲센터로 동네 어르신들이 찾아와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본다”며 “한번 체험해본 뒤에는 좋아서 자주 찾는다”고 했다.
송파구는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 쉬게 할 수 있도록 천마산 치유숲을 운영한다. 천마산은 높이 141m의 야트막한 ‘뒷동산’으로 산 전체가 천마공원이다. 거여·마천지구 개발로 산 주변이 모두 아파트단지로 변했지만, 천마산 산림은 그대로 남아 주민을 위한 휴식과 힐링 공간이 되고 있다.
2018년 10월 개장한 천마산 치유숲은 18만 2420㎡ 면적에 다섯 가지 테마숲이 있다.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25개 자연 놀이시설을 갖춘 유아치유숲, 운동기구가 놓인 운동 공간인 건강치유숲,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무장애 데크길인 참여치유숲, 낮은 등선을 활용한 산책길인 실버치유숲, 전망데크가 있어 주위를 조망할 수 있고 요가나 명상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산림치유숲으로 만들어졌다.
천마산 치유숲은 이용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한 생활을 돕고 있다. 치유숲 프로그램은 오감체험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힐링 숲’, 운동과 휴식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기력회복 숲’, 직장인 화합을 위한 ‘소통 숲’, 어린이 건강 프로그램 ‘호연지기 숲’ 등 네 가지가 있다. 치유숲 프로그램은 심신 이완과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한 숲길 걷기와 숲해설, 이완체조, 오감체험, 명상, 차 마시기,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어린이, 성인, 노인, 가족 등 신청자 특성에 따라서 형식과 내용을 달리한 맞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치유숲은 4월20일부터 11월까지 매주 화~토요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운영한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서울시 공공예약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비용은 무료다. 코로나19로 회당 최대 인원을 5명으로 제한했다.
신해원 송파구 공원녹지과 공원관리팀 주무관은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인원을 늘려서 좀 더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천마산 치유숲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전망대에 올라 주위 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저 멀리 남한산성도 보인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