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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또한 찌는 듯한 폭염에 서울 시민은 불쾌지수가 높다. 그렇지만 곧이어 입추를 맞이할 테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가을이 어김없이 다가올 것이니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매일같이 뉴스를 장식하는 우리나라 권력자들의 권력 남용에 대한 기사를 보면 한여름의 불쾌지수보다 더 높은 사회적 불쾌지수를 온몸으로 느낀다.
특히, 진경준 검사장과 김정주 넥슨 회장의 검은 거래에 대해서 시민들은 검찰 권력을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공적 기관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구현하는 조폭 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상습적인 검찰의 범죄에 대해서 검찰은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시늉만 되풀이하고, 정부 여당에서는 상습적인 비리를 전담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조차 반대하고 있다. 이쯤 되면 현 정부는 사회 권력의 유착에 따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16 서울 서베이에서는 이러한 우울한 사회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통계 자료가 있다. 우리 사회의 공평성을 부문별로 나누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평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해 보았다. 이 결과 종합 점수는 10점 만점에 4.51점을 받아 100점 만점으로 보면 5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과락 점수가 나온 것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소수자의 권리는 3.97점으로 최하 점수를 받았고 조세정책은 4.1점, 일자리 취업 기회는 4.34점, 수입과 지출은 4.39점으로 종합점수 평균인 4.51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도시와 농촌의 발전은 4.51점, 사회복지는 4.68점,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은 4.75점, 남녀평등은 4.77점, 대학교육의 기회가 5.07점을 받았다. 거의 대부분의 부문에서 과락 점수가 나온 것이다. 이러한 부문별 점수는 연도별로 큰 차이 없이 일관된 경향을 보인다. 대학 입학의 기회 불평등과 남녀 불평등이라는 고질적 사회문제보다도 훨씬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의 분야가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체감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대통령을 보좌하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온갖 비리가 매일같이 신문과 방송의 특종 뉴스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경제 권력을 상징하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뉴스타파>가 특종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시민들은 우리나라 권력자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동영상으로까지 볼 수 있었다. 정치와 경제를 담당하는 권력자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윤리의식도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었으니, 이제까지의 비리 폭로전은 서막일지 모른다. 조지 오웰의 <1984>와 같이 모든 것이 상호 감시되는 시대에 권력자조차도 감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사회적 불쾌지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을이 되어 날씨의 불쾌지수는 낮아진다고 하지만 사회적 불쾌지수가 저절로 나아질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20대 국회의원이 읽었으면 좋을 책을 추천받았는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가장 높은 추천수로 뽑혔다. 국회의원들이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정의를 구현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사회적 불쾌지수가 높은 현재의 상황 속에서 마지막 기대를 국회의원들에게 투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