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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1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서종균 주택관리공단 사장이 <서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 사장은 지원주택에 관한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지난 9월 <지원주택 사람들>을 엮어 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15년 SH에 입사, 시범사업 추진에 기여
시설·노숙인에 ‘집’이라는 선택지 제공
19년부터 본‘ 사업’…서울에 450호 존재
15명 현장 실무자의 ‘경험 기록’ 엮어내
물리치료사였던 김정미(가명)씨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증상을 스스로 관리 못해 가족과의 관계도 끊고 노숙을 반복하다 지원주택에 입주했다. 2년 정도 지원주택에 살며 서비스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병을 받아들이고 증상을 관리하며 일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최근 발간된 <지원주택 사람들>(마음대로 펴냄)에 담긴 여성 노숙인 지원주택 실무자가 경험한 한 입주자의 변화 이야기다. 지원주택은 장애인, 노인, 노숙인 등이 시설이나 거리가 아닌 독립공간에서 살며 지원 서비스를 받는 곳이다. 이들은 주거를 유지하면서 사회서비스를 원활하게 받아 자립생활의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다.
이번 책은 지원주택에 관한 첫 번째 책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현장 실무자(활동가) 15명의 기록이다. 입주자들의 변화, 자신들의 고민, 안고 있는 과제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엮은 이는 지난 6월 주택관리공단에 부임한 서종균(59) 사장이다. 그는 지난 1월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거복지처장으로 일했다. 10월21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그를 만났다. 서 사장이 책을 내놓은 이유는 정책입안자의 관심과 함께 시민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책이 있으면 작은 영향이지만 오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그가 말했다. 서울엔 현재 450가구 정도 지원주택이 있다. SH가 2017년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하고, 서울시가 2019년부터 본사업을 하고 있다. 목표는 해마다 200가구를 만드는 거로 세워졌다. 시는 2018년 제정된 ‘서울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기반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법제화는 20대 때 무산됐고, 21대에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원주택은 입주자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다. 장애 시설이나 거리에서 못 벗어날 사람들에게 ‘집’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고르게 할 수 있다. 그는 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무자의 기록은 지원주택의 현재 모습을 확인시켜주고 과제도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 시범을 거쳐 본사업으로 들어가는 데 그는 중심적 역할을 했다. 사업은 장애인, 정신장애인, 노인, 노숙인 4개 분야에서 했다. 여러 기관 활동가들과 교류하며 4년 동안 이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들었다. 그는 “후임이나 새롭게 일하는 이들을 위해 기록해 둬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다”고 했다. SH를 떠난 뒤 5개월 동안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엮는 데 썼다. 글을 읽어보니 이야기들이 가슴에 와닿았다. 실무자의 고통을 읽으며 그들의 버티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 다듬고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현장 실무자의 선명한 메시지가 생생한 목소리로 담겨 있어 감동했다”고 그는 말했다. 지원주택에 사는 사람과 이들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 등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주길 그는 바란다. 조금 더 나아가 입주자 대상자의 가족(발달장애인 부모 등)이 읽고 모임에서 얘기를 나눠봐줬으면 한다. “가족의 두려움이 안심으로 바뀔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원주택 사업 추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중반쯤이었다.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노숙인 관련 연구를 하며 서울역에서 한 노인을 인터뷰했다. 노인은 임시주거비 지원 사업으로 고시원에 들어갔지만, 방 청소와 씻기 등을 제대로 못 해 두 달 만에 쫓겨났다. 이전에 경험했던 시설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기존 지원 방식으로는 노인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영국에서 주거정책을 공부할 때 알게 된 지원주택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노인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노숙인 지원 그룹과 공부하면서 지원주택 사업 제안을 준비했다. 실행으로 이어지는 데는 7년 정도 걸렸다. 제일 힘든 사람들 일이다보니 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진도도 나가기가 어려웠다. 2015년 그가 SH공사에 입사해 혁신기획안에 넣어 비로소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생겨 설득도 가능해졌다.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걸 만드는 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SH공사의 공이 컸다”고 웃으며 말했다. 평생 했던 일 가운데 ‘지원주택 전도사’로 나선 것을 그는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지원주택의 대상자들이 그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그들을 떠올릴 때면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주거정책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데 확신도 생겨, 자신 있게 목소리도 낸다. 앞으로도 지원주택 관련된 일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려 한다. 정책 토론회 등에도 참여하고 이론서도 낼 계획이다. 그는 “10년 정도 공급을 이어가면 자립생활을 선택할 수 없었던 배제된 이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번 책은 지원주택에 관한 첫 번째 책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현장 실무자(활동가) 15명의 기록이다. 입주자들의 변화, 자신들의 고민, 안고 있는 과제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엮은 이는 지난 6월 주택관리공단에 부임한 서종균(59) 사장이다. 그는 지난 1월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거복지처장으로 일했다. 10월21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그를 만났다. 서 사장이 책을 내놓은 이유는 정책입안자의 관심과 함께 시민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책이 있으면 작은 영향이지만 오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그가 말했다. 서울엔 현재 450가구 정도 지원주택이 있다. SH가 2017년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하고, 서울시가 2019년부터 본사업을 하고 있다. 목표는 해마다 200가구를 만드는 거로 세워졌다. 시는 2018년 제정된 ‘서울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기반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법제화는 20대 때 무산됐고, 21대에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원주택은 입주자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다. 장애 시설이나 거리에서 못 벗어날 사람들에게 ‘집’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고르게 할 수 있다. 그는 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무자의 기록은 지원주택의 현재 모습을 확인시켜주고 과제도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 시범을 거쳐 본사업으로 들어가는 데 그는 중심적 역할을 했다. 사업은 장애인, 정신장애인, 노인, 노숙인 4개 분야에서 했다. 여러 기관 활동가들과 교류하며 4년 동안 이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들었다. 그는 “후임이나 새롭게 일하는 이들을 위해 기록해 둬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다”고 했다. SH를 떠난 뒤 5개월 동안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엮는 데 썼다. 글을 읽어보니 이야기들이 가슴에 와닿았다. 실무자의 고통을 읽으며 그들의 버티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 다듬고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현장 실무자의 선명한 메시지가 생생한 목소리로 담겨 있어 감동했다”고 그는 말했다. 지원주택에 사는 사람과 이들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 등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주길 그는 바란다. 조금 더 나아가 입주자 대상자의 가족(발달장애인 부모 등)이 읽고 모임에서 얘기를 나눠봐줬으면 한다. “가족의 두려움이 안심으로 바뀔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원주택 사업 추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중반쯤이었다. 한국도시연구소에서 노숙인 관련 연구를 하며 서울역에서 한 노인을 인터뷰했다. 노인은 임시주거비 지원 사업으로 고시원에 들어갔지만, 방 청소와 씻기 등을 제대로 못 해 두 달 만에 쫓겨났다. 이전에 경험했던 시설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기존 지원 방식으로는 노인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영국에서 주거정책을 공부할 때 알게 된 지원주택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노인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노숙인 지원 그룹과 공부하면서 지원주택 사업 제안을 준비했다. 실행으로 이어지는 데는 7년 정도 걸렸다. 제일 힘든 사람들 일이다보니 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진도도 나가기가 어려웠다. 2015년 그가 SH공사에 입사해 혁신기획안에 넣어 비로소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생겨 설득도 가능해졌다.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걸 만드는 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SH공사의 공이 컸다”고 웃으며 말했다. 평생 했던 일 가운데 ‘지원주택 전도사’로 나선 것을 그는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지원주택의 대상자들이 그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그들을 떠올릴 때면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주거정책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데 확신도 생겨, 자신 있게 목소리도 낸다. 앞으로도 지원주택 관련된 일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려 한다. 정책 토론회 등에도 참여하고 이론서도 낼 계획이다. 그는 “10년 정도 공급을 이어가면 자립생활을 선택할 수 없었던 배제된 이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