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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숲길.
아직 겨울 같은 봄, 가지엔 잎도 없다
하지만 경칩 지난 흙, 숨구멍 열어놓아
겨울잠 깬 벌레 나오니 흙길 부드럽다
푸른 솔 하나 화답해 ‘숲은 생기 가득’
봄을 보러 나선 길, 양재시민의숲과 우면산을 이어 걷고, 다음날 말죽거리공원과 바우뫼공원을 돌아봤다. 우면산, 말죽거리공원, 바우뫼공원은 하나의 산이다. 경부고속도로가 말죽거리공원과 우면산을 동서로 갈라놓고, 바우뫼로가 바우뫼공원과 말죽거리공원을 남북으로 나누었다. 바우뫼공원과 그 남쪽 양재시민의숲의 경계는 양재천이다. 아직도 빈 가지 가득한 숲이었지만, 생강나무 노란 꽃이 홀로 피어나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난 가을 단풍 생각하며 겨울 같은 봄 길 걷다
양재시민의숲 여의교를 건너 매헌윤봉길 의사기념관 오른쪽에 난 길로 접어들었다. 숲을 메운 커다란 나무들은 아직도 빈 가지다. 지난해 가을 양재시민의숲 단풍을 생각하며 아직도 겨울 같은 봄 길을 걸었다. 양재천에 놓인 매헌다리를 건너 양재초등학교 앞 네거리에서 좌회전 후 직진, 우면산 나들목으로 들어간다. 통나무로 만든 작은 출렁다리와 미끄럼틀이 정오의 햇살 아래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촘촘하게 들어선 커다란 나무들 빈 가지 빽빽하게 얽힌 무채색의 숲에 작은 소나무 한 그루만 푸르러 숲에 생기가 돈다. 흙길을 밟는 느낌이 겨울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경칩이 지난 지 오래니, 세상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때가 된 것이다. 숲의 흙도 마찬가지여서 얼었던 흙이 녹아 숨구멍이 트이면서 겨울잠에서 깬 벌레들이 세상으로 나오고 흙길은 부드러워진다. 숲은 그렇게 살아 있었다. 산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는 길을 걷다보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외투를 벗어 배낭에 넣고 숲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비릿한 봄 냄새가 풍긴다. 평일인데도 숲길을 걷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년의 부부가 차를 나누어 마시고 있는 쉼터를 지나는데, 눈앞에 노랗게 반짝이는 나무가 보였다. 산수유일까? 생강나무일까? 고민도 잠시, 무채색의 숲에서 만난 샛노란 꽃에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맞췄다. 렌즈가 허용하는 최대한의 근접 촬영 거리까지 다가가 이제 막 봉오리를 터뜨린 노란 꽃송이와 숨결을 나누었다. 견고한 껍질을 뚫고 맺힌 봉오리가 터져 꽃이 되는 순간 온산에는 꽃들만 들을 수 있는, 불꽃놀이 같은 총성이 울려 퍼졌을 것이다.
지난 가을 단풍 생각하며 겨울 같은 봄 길 걷다
양재시민의숲 여의교를 건너 매헌윤봉길 의사기념관 오른쪽에 난 길로 접어들었다. 숲을 메운 커다란 나무들은 아직도 빈 가지다. 지난해 가을 양재시민의숲 단풍을 생각하며 아직도 겨울 같은 봄 길을 걸었다. 양재천에 놓인 매헌다리를 건너 양재초등학교 앞 네거리에서 좌회전 후 직진, 우면산 나들목으로 들어간다. 통나무로 만든 작은 출렁다리와 미끄럼틀이 정오의 햇살 아래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촘촘하게 들어선 커다란 나무들 빈 가지 빽빽하게 얽힌 무채색의 숲에 작은 소나무 한 그루만 푸르러 숲에 생기가 돈다. 흙길을 밟는 느낌이 겨울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경칩이 지난 지 오래니, 세상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때가 된 것이다. 숲의 흙도 마찬가지여서 얼었던 흙이 녹아 숨구멍이 트이면서 겨울잠에서 깬 벌레들이 세상으로 나오고 흙길은 부드러워진다. 숲은 그렇게 살아 있었다. 산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는 길을 걷다보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외투를 벗어 배낭에 넣고 숲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비릿한 봄 냄새가 풍긴다. 평일인데도 숲길을 걷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년의 부부가 차를 나누어 마시고 있는 쉼터를 지나는데, 눈앞에 노랗게 반짝이는 나무가 보였다. 산수유일까? 생강나무일까? 고민도 잠시, 무채색의 숲에서 만난 샛노란 꽃에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맞췄다. 렌즈가 허용하는 최대한의 근접 촬영 거리까지 다가가 이제 막 봉오리를 터뜨린 노란 꽃송이와 숨결을 나누었다. 견고한 껍질을 뚫고 맺힌 봉오리가 터져 꽃이 되는 순간 온산에는 꽃들만 들을 수 있는, 불꽃놀이 같은 총성이 울려 퍼졌을 것이다.
생강나무꽃이 핀 우면산 숲길.
한참 동안 꽃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쉼터에서 보았던 중년의 부부가 다가오더니 꽃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들도 한참 꽃을 바라본 뒤에야 나무 이름에 대해 서로 묻는다. 꽃 이름 검색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한 결과 생강나무꽃일 가능성이 99%란다. 우면산에 드는 봄은 그렇게 생강나무꽃이 맞이하고 있었다.
먼저 돌아서서 걷는 그들의 뒤를 따라 걷는다. 크고 작은 바위 군락지 앞에 내리막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길이 먼 숲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숲속의 숲은 산 아랫마을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고
정상인 소망탑으로 가는 길과 목적지인 사당역 나들목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이정표를 만났다. 소망탑까지 0.9㎞라고 하니 가고자 했던 길에서 잠시 벗어나 소망탑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짧은 소나무 숲길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 계단길 옆 깊은 숲이 만들어낸 풍경 앞에서걸음이 멈춰졌다. 가파른 산비탈에 사선으로 자라는 커다란 나무들이 위태롭게 보인다. 비탈면에 소복하게 쌓인 낙엽과 촘촘하게 박힌 나무들의 빈 가지를 바라본다. 한때는 숲을 푸르게 물들였을 나뭇잎들, 떨어져 쌓인 저 많은 마른 낙엽들, 새봄에 새잎을 피울 양분이 되는 낙엽, 자연의 이치가 마음을 울린다.
소망탑까지 450m 남았다. 발길을 재촉했다. 봉긋하게 송은 봉우리로 오르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에 다 올라서서 커다란 돌무지, 소망탑 앞에 선다. 소망탑 뒤는 전망대다.
동작대교 서쪽 한강 줄기부터 송파구 일대까지 전망이 펼쳐진다.
우면산 소망탑.
사실 소망탑이 있는 봉우리가 우면산 정상이 아니다. 정상은 군대 시설 때문에 통제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갈 수 없다. 소망탑 전망대에서 땀을 식히며 전망을 즐기고 왔던 길을 되짚어 사당역 나들목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오후 3시가 넘은 소나무 군락은 어두웠다. 커다란 소나무 수백 그루가 이룬 숲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지만 해 떨어지기 전에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있는 또 다른 숲의 풍경을 생각하며 서둘러 걸었다.
숲길은 대성사 입구 도로에서 끊어졌다 다시 이어진다. 대성사의 유래가 적힌 안내판을 읽으며 잠시 쉰다. 384년 인도의 승려마라난타가 한성 백제로 오는 길에 병에 걸렸는데, 한성 백제에 당도하여 우면산 약수를 먹고 나았다고 한다. 당시 마라난타가 우면산에 대성초당을 지었는데, 그게 현재 대성사의 전신이라는 얘기다.
우면산 전나무 군락.
도로 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숲이 나무들로 빽빽하다. 빈 가지 촘촘하게 얽힌 숲이 이러하니, 새잎이 나고 무성해지는 계절이면 얼마나 울창한 숲을 이룰까? 생각하며 걷는데, 전나무 군락과 소나무 군락이 이룬 숲이 나왔다. 숲속 정자와 운동시설, 숲길에 사람이 많다. 매일 이곳을 찾는 산 아랫마을 사람들이다. 그들의 일상이 싱그럽게 숨 쉬는 숲에 활기가 넘친다.
정도전의 산소 터 알리는 비석 지나
두 개의 돌무지가 있는 고개를 넘을 무렵 숲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리막길을 달리듯 걸었다. 마지막 소나무 군락도 그냥 지나쳤다.
옛날에 부자가 많이 살던 마을이 있었는데, 도둑들이 활개를 쳐서 사람들이 다 떠나고 도둑들만 남았다 해서 도둑골이라 불렸다는 우면산 성뒤마을의 유래비 앞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길을 재촉했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해가 한 뼘도 안 남았다.
다음날 말죽거리공원 숲과 바우뫼공원숲을 걸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날은 흐렸고 미세먼지는 가득했다.
말죽거리공원 숲 기슭에 있는 정도전 산소 터를 알리는 비석.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창업한 정도전의 산소 터를 알리는 비석을 지나 말죽거리공원 숲으로 들어갔다. 치유쉼터(정상) 쪽으로 가다가 전망쉼터 이정표가 가리키는 쪽으로 걸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전망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경부고속도로가 산을 갈라놓은 풍경만 보았다. 도로 건너편이 우면산이다.
다시 돌아와 정상으로 올라간다. 말죽거리공원 숲은 작아 숲길도 아기자기하다.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오르막 숲길에 다 올라서면 너른 마당이 펼쳐진다. 정자와 운동기구가 있는 정상이다. 이곳에서 길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바우뫼공원 840m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짧은 소나무숲길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걷는데, 노란 꽃이 핀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생강나무가 피운 꽃이었다. 말죽거리공원 숲의 봄도 생강나무꽃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바우뫼공원으로 가는 숲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지, 낙엽이 수북하게 쌓였다. 푹신한 낙엽 길을 걸어 숲을 벗어나니 바우뫼로가 나왔다. 도로 건너편에 바우뫼공원 숲이 보인다. 도로가 산을 나누어 놓은 것이다.
바우뫼공원 숲은 말죽거리공원 숲보다 훨씬 작다. 솔숲 쉼터를 지나면 길은 양재천과 연결된다. 양재천 건너편이 양재시민의 숲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