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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는 유동균 구청장이 취임한 뒤 2018년 11월 마포하우징 사업을 시작했다. 마포하우징은 갑자기 갈 곳을 잃은 구민에게 구에서 임시 거주지나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마포구 주거복지사업이다. 마포구가 운영하는 마포하우징 모습. 마포구 제공
마포구, 임시거주지·공공임대주택 지원 주거복지사업
재난·강제퇴거·가정폭력·주거취약계층 임시거소 지원
마포 토박이인 남학봉(64)씨는 염리동 도로위 무허가 건물에서 1978년부터 44년을 살았다. 남씨는 젊어서부터 운수업에 종사하다 사업을 했으나 실패한 뒤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았다. 게다가 무허가 건물이라 집이 낡아도 제대로 수리할 수 없어 겨울에는 춥고 장마철이면 비도 샜다. 도로가 좁아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마포구에 건물 철거를 요청했으나 남씨는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어 고민이 컸다.
마포구가 운영하는 마포하우징 모습. 마포구 제공
“갈 곳이 있으면 옮기겠다고 했는데 마포구에서 마포하우징 입주를 권했어요. 그래서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남씨는 지난 2월 마포구 도움을 받아 도화동에 있는 마포하우징으로 옮겼다. 도화동 마포하우징은 마포구가 지난해 6월 3층 건물인 다세대 주택을 매입해 2층은 경로당으로 사용하고, 1층과 3층에는 3가구가 살 수 있는 마포하우징을 만들었다. 남씨는 부인과 함께 이곳 1층에서 살고 있다.
15일 도화동 마포하우징에서 만난 남씨의 표정은 밝았다. “집도 깨끗하고 너무 만족스러워요. 마포구에서 이렇게 구민을 위해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두 사람이 살기에 딱 좋아요.” 남씨는 이곳에서 월세 7만원 정도를 내면서 6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유 구청장이 15일 도화동 마포하우징에 사는 남학봉씨와 대화하고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날 남학봉씨가 사는 마포하우징을 방문한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남씨와 대화를 나누며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유 구청장은 “최소한 돈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마포하우징을 시작했다”며 “갈 곳 없는 구민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준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마포구는 유 구청장이 취임한 뒤 2018년 11월 마포하우징 사업을 시작했다. 마포하우징은 갑자기 갈 곳을 잃은 구민에게 구에서 임시거주지나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마포구 주거복지사업이다. 재난, 강제퇴거, 가정폭력 등으로 긴급 주거지원이 필요한 가구나 저소득 주거취약가구에 임시거주지(최장1년)나 매입임대주택(최장 6년)을 제공한다. 마포하우징은 현재 임시거주지 30호와 매입임대주택 10호를 합쳐 모두 40호가 있다. 임시거주지 30호는 마포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업무협약을 해 비어 있던 공공임대주택 운영권을 확보했다. LH에서 11호를 무상 임차했고, SH에서 19호를 유상 임차했다. 마포하우징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39가구가 마포하우징 임시 거주지에 살다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옮겼다. 31가구는 마포구의 도움을 받아 LH나 SH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겼고, 8가구는 자신들이 직접 거주지를 구해 떠났다. 마포구는 지금까지 총 65가구에 주거안정자금 3911만원을 지원했다. 마포하우징 1호 입소자는 학원을 운영하다 빚을 지고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게스트하우스와 고시원을 전전하던 김아무개(45)씨였다. 김씨 가족은 마포구의 도움으로 2019년 4월 성산동 마포하우징에 입소해 걱정을 덜었다. 또 다른 김아무개(50)씨는 2021년 7월 살던 다가구 주택에 불이 나 한순간에 월셋집과 모든 살림살이를 잃었다. 김씨 가족은 같은 해 9월 마포하우징에 50번째로 입주했다. 이웃 주민들이 나서 텔레비전, 냉장고, 김치냉장고, 공기청정기,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부터 프라이팬, 샴푸, 린스 등 생필품까지 마련해 집 안을 가득 채워줬다. 김씨는 당시 “화재를 겪으며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어 눈앞이 캄캄했는데 구청과 동주민센터, 그리고 동네 이웃이 합심에 집과 세간살이를 장만해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마포구와 이웃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마포구가 건물 매입하면 다양한 기관에서 도배·장판 등 도와” 자치구 첫 ‘직접 구입 뒤 임대주택 지원’ 39가구, 마포하우징 거쳐 새 주거 마련 “다양한 수요자 맞춤형주택 운영 계획”
마포구가 매입해 운영하는 마포하우징 내부 수리 모습. 마포구 제공
고명성 마포구 생활보장과 마포하우징팀장은 “마포구에서 건물을 매입하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다양한 기관에서 도배와 장판을 비롯해 싱크대나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줘 마포구의 비용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마포하우징은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자치구가 직접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마포구의 대표 혁신정책이다. 이를 인정받아 2021년 대한민국 지방자치정책대상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받기도 했다. 마포구는 앞으로 직접 지은 주택, LH나 SH와 업무협약을 맺어 마련한 주택으로 마포하우징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마포하우징을 청년주택, 신혼부부주택, 케어안심주택, 독립운동가후손주택, 국가유공자주택 등으로 나눠 수요자 맞춤형주택으로 운영한다. 마포구는 마포하우징 운영을 위해 ‘마포구 저소득주민 주거안정기금’으로 45억원을 조성했고 내년까지 7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마포하우징 1호 수요자 맞춤형주택인 연남동 신혼부부·청년 맞춤형주택은 5월부터 입주한다. 5층 규모로 신혼부부 16가구와 청년가구 4가구가 거주한다. 신혼부부 가구는 최장 20년, 청년 가구는 최장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마포구는 돌봄서비스 기능이 추가된 마포형 케어안심주택 ‘서로돌봄 안심주택’(가칭)도 올해 하반기부터 운영한다. 서로돌봄안심주택은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로 총 23가구가 거주할 수 있다. 2층에는 건강센터, 건강카페 등 입주자 편의시설이 만들어지고, 3층 커뮤니티실에서는 입주자를 위한 돌봄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로돌봄 안심주택은 마포구의 돌봄에스오에스(SOS)센터나 지역사회와 협력해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인, 장애인, 중장년 등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기반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마포하우징과 주차장 복합시설인 연남동 공영주차장은 2023년 10월 완공할 계획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주차공간(지하 1층~지상 2층) 96면과 마포하우징(지상 3~4층) 29호를 포함해 복합시설로 짓는다. 전체 사업비 456억원으로 마포구가 365억원을 들이고 나머지는 서울시비가 들어간다.
고 팀장은 “이를 통해 지역의 주차난 해소는 물론 근처에 있는 ‘연트럴파크’에 개인 마당, 옥상정원, 카페, 갤러리 같은 편의시설까지 갖춘 마포하우징을 만들어 구민의 주거 편익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마포구는 이런 성과에도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떨어지고 일대가 우범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마포하우징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했다. 하지만 실제 행복주택이나 임대주택이 들어선 지역에는 새로운 대중교통 노선과 기반시설이 생기고 이로 인해 젊은 인구가 유입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커 앞으로 마포하우징을 계속 확대해갈 계획이다.
유 구청장은 “마포하우징은 구에서 추진한 사업이 주민의 일상생활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삶의 질을 얼마나 높였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임대주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