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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온라인 감시 ‘나비효과’가 되길”

‘부엉이감시단’ 통해 디지털 성범죄 감시하는 한귀영 서대문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등록 : 2022-04-21 15:28 수정 : 2022-04-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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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한귀영 센터장(왼쪽 둘째)이 지난 8일 서대문구 창천동 청소년 아지트 ‘쉼표’에서 부엉이감시단 운영팀원인 임윤선 팀장(맨 왼쪽), 김양선 상담사(맨 오른쪽) 그리고 임정혜 서대문구 아동청소년과 주무관과 함께 홍보물을 펼쳐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지난해 지역 청소년 기관 3곳과 연합

시민감시 사업 제안, 구청 적극 지원

대학생 등, SNS 속 유해물 찾아 신고

“삭제율 높이고, 지치지 않게 도울 것”

“청소년의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위해 부엉이처럼 밤낮으로 눈을 부릅뜨고 디지털 성범죄를 감시한다는 뜻을 담았어요.” 부엉이감시단을 운영하는 서대문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한귀영(51) 센터장이 이름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 지난 8일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청소년 아지트 ‘쉼표’에서 한 센터장을 만났다. 귀여운 부엉이 캐릭터가 그려진 흰색 티셔츠를 입은 그는 “청소년들에게 캐릭터의 영향력이 크다”며 “부엉이 눈매 부분을 수차례 다듬는 등 20여 회 수정해 완성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부엉이감시단 홍보물

부엉이감시단은 지난해 9월 서대문 지역에서 발족한 자발적 시민모임이다. 지역 청소년 관련 기관 4곳(한국청소년재단, 서대문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서대문청소년센터, 홍은청소년문화의집)이 뜻을 모아 제안하고 구청이 행정과 재정적 지원을 해서 만들어졌다.


첫해 모집에선 대학생과 학부모 등 30여 명이 지원했다. 올해 초 모집에선 200여 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150여 명이 위촉됐다. 단원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각종 채팅 앱 등에서 유해 게시물을 찾아 신고하고 삭제를 요청하는 활동을 한다. 한 달에 최소 5건 이상 신고해야 하고, 건수에 따라 봉사시간을 받는다.

한 센터장은 “신청자가 지난해보다 6배 이상 늘어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시민들과 같이 갈 수 있겠구나’ ‘교육을 잘해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보람도 느끼고 센터 역할의 중요성도 깨달았단다. “감시단의 작은 움직임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어 뿌듯했다”고 했다.

단원 위촉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다. 성범죄 경력과 아동학대 범죄 전력 조회를 일일이 하느라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컸다. 신청자들의 절차에 대한 질문도 많았고 절차가 번거롭다며 참가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센터는 꼭 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진행했다. 성매매 종사자나 관계자들이 감시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러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모니터링하면서 불법 게시물을 수시로 접해야 하기에 신원 확인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석 달 동안 신고 건수는 180건 정도였는데 올해는 활동이 훨씬 왕성해졌다. 3월 중순 10여 일 동안 3600건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단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삭제 확인 게시판을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동기 부여가 더 되는 것 같다”고 한 센터장이 설명했다.

신고, 감시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활동 영역도 넓혔다. 청소년범죄와 성범죄 관련 기사 스크랩, 올바른 성문화 정착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콘텐츠 제작, 법령·조례 조사와 신규 법령 제정 제안 등 3개 분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감시단 활동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한 센터장은 삭제율을 높이는 것과 감시 대상을 넓히는 것을 꼽았다. 3600건의 신고 건수 가운데 삭제가 확인된 건 100건이 채 되지 않는다. 유해물이 올라온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유해물을 삭제해줘야 한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히려 신고를 많이 하는 계정을 차단하는 사이트도 있다. “기업들이 유해물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한 센터장은 말했다. “틱톡 등 초등생이 많이 쓰는 동영상 플랫폼 등을 감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원들이 지치지 않게 돕는 것은 센터가 무엇보다 챙겨야 할 점이다. 신고하기 위해 유해물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불쾌감,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중장년층 단원 비율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나가고 있다”고 한 센터장은 전했다. 격월로 온라인 정기회의를 열어 활동 소감, 애로사항, 건의 사항, 분과 활동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우수 활동자는 연말에 서대문구청장 상을 줄 계획이다. 8월엔 신고대회 ‘부엉이 데이’도 열 예정이다.

지난해 센터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인식개선 활동 조례안’을 서울시의회 청소년 조례제정 경진대회에서 제안했다. 사전 예방과 체계적 대응을 위한 인식개선 신고센터 운영이 포함됐다. 한 센터장은 “신고 등 감시활동을 넘어 예방을 위한 교육, 피해자 지원 등의 지속적인 통합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자원봉사 방식으로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어 자치구별 신고센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였던 한 센터장은 20년 전 상담 업무를 맡으면서 청소년 상담 분야 일을 쭉 해왔다. 청소년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며 잘 지낸다는 연락을 해올 때 보람을 느낀단다. 은퇴 뒤엔 상담 대상을 홀몸 어르신으로 바꿀 생각이다. 청소년들은 대개 부모와의 갈등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기에 부모 세대와 나이가 비슷한 상담사를 꺼리는 내담자가 적잖단다. 그는 “현역에선 청소년 눈높이에 최대한 맞추고 은퇴 뒤엔 외로운 홀몸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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