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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는 2017년부터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동작보육청사업’을 하고 있다. 어린이집 영유아 보육의 질을 높이고 보육교사의 고용안정 등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전은미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장(왼쪽)과 김은진 구립다움어린이집 원장이 사당5동 구립다움어린이집 정문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동작구 보육청사업, 교사들 안정 근무 여건 갖춰서 호평받아
육아종합지원센터 통한 구립어린이집 통합인사로 ‘보육 혁신’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승진도 하고, 동작구 공개채용에 응모해 어린이집 원장이 됐죠. 사명감을 갖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
김은진(38) 동작구립다움어린이집 원장은 2007년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하다 2020년 7월 원장이 됐다. 김 원장은 “이전에는 어린이집 교사들이 막연하게 교사로 지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동작구에는 구립어린이집 교사들이 승진하는 체계가 있어 비전을 가질 수 있고,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한 “어린이집 교사들이 경력단절이 많은데, 동작보육청사업으로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하면서 보육에 전념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잠에서 막 깬 구립다움어린이집 영아반 아이들이 보육교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아직 자고 있는 아이들 모습도 보인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아이가 행복해야 부모가 행복하다.” 동작구가 2016년 보육의 공공성 확보와 질을 높이기 위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동작보육청사업’을 시작하면서 내건 표어다. 동작보육청은 교육청이 유치원 교육을 책임지듯이 보육청이 어린이집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동작구는 보육 전문기관인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 기능을 강화해 동작보육청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는 어린이집 지원, 가족양육사업 지원, 지역사회 육아거점 사업 등을 맡아 한다. 이를 통해 보육의 공공성과 안정성, 교사의 고용안정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는 구립어린이집 62곳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먼저, 통합인사시스템을 도입해 구립어린이집 보육교사를 비롯한 교직원 채용방식을 개선했다. 일반 어린이집은 보육교사를 개별 채용하지만, 동작보육청사업은 보육교직원 채용위원회에서 전체 62곳에 필요한 인원을 통합 채용해 운영한다.
구립다움어린이집 영유아들이 전 센터장(맨 왼쪽)과 김 원장(맨 오른쪽)과 함께 취재 카메라를 쳐다보며 해맑게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교직원이 다른 구립어린이집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전보제도와 보육교사가 주임교사, 원감교사 등으로 승진할 수 있는 승진제도도 만들었다.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가 전보와 승진제도를 시행한 이후 보육교사 19명이 구립어린이집 원장으로 임용됐고, 승진 93명, 전보 220명, 신규 교직원 채용이 545명이다. 동작구가 직접 공개 채용하는 구립어린이집 원장은 구립어린이집 교사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채용 기회를 넓혔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원장이나 아이 부모와 갈등이 있을 때 쉽게 이직하는 경우가 많죠.” 전은미(41)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동작보육청사업을 시행한 이후 구립어린이집 교사의 이직률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전 센터장은 “이전에는 교사와 아이 부모사이에 갈등이 있으면 교사들이 힘들어하며 쉽게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며 “구립어린이집 교사들을 통합 관리하는 동작보육청사업 이후, 교사들이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 갈등을 해소하는 기회가 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보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죠.”
동작보육청은 교사의 역량 강화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직급별 다양한 교육을 한다. 역량 강화를 위한 필수교육, 분기별 교육, 해외연수 등을 실시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힐링 동아리도 운영한다. 전 센터장은 “북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 보육을 시행하는 외국 현황을 둘러볼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며 “해외연수는 교사들의 전문성과 안목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진 원장은 “동아리 활동은 다른 어린이집 교사들과 관계를 맺고 교류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고, 어린이집 교사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아이들 키에 맞춘 높이의 화장실이 눈에 띈다. 구립다움어린이집에는 영유아를 위한 화장실이 3개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동작구는 영유아와 부모 중심으로 보육환경을 개선하고,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구립어린이집 8곳에서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어린이집 최초로 2019년부터 세밀한 보살핌이 필요한 0세반과 상대적으로 정원이 과밀한 3세반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승진·전보 가능해진 보육교사 “비전·사명감 갖고 일해요”
해외연수와 동아리 활동으로 새 활력
교사 대 영유아 비율도 꾸준히 낮아져
“원장·교사 바뀌어도 믿음” 엄마들 만족
구립다움어린이집 입구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0세반은 교사 1명이 영유아 3명을 담당하던 것을 교사 1명이 2명을 담당하도록 했다. 3세반은 교사 1명이 영유아 15명을 담당했는데 교사 1명이 10명을 담당하도록 바꿨다. 전 센터장은 “국내 보육환경은 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라며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앞으로 꾸준히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을 낮춰 보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또한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는 영유아 정원이 20명 이하인 소규모 구립어린이집 11곳에서 원장이 교사를 겸직하는 것을 금지해 원장과 교사가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했다.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는 2019년 4월부터 전국 최초로 보육전문 상담 콜센터 ‘아이원’을 운영한다. 어린이집 교직원과 아이부모를 위한 보육·육아 정보를 제공하고 직장 내 어려움과 육아 스트레스 등을 상담한다. 전 센터장은 “이 외에도 동작구 내 전체 영유아를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통해 장애위험군 영유아를 조기에 발견해 상담·치료하고 해당 영유아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했다.
동작구는 2020년부터 ‘동작형 어린이집’공인제를 도입해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준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는 동작형 어린이집에 전담 인력 인건비, 보육교직원 처우개선 수당, 시설 개선비 등을 지원한다. 구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교직원 전문성, 운영 개방성, 재정관리 투명성 등 현장실사와 공인심의위원회 종합평가를 거쳐 선정한다. 현재 23곳인 동작형 어린이집을 올해 재평가를 통해 32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동작구는 구립이나 민간·가정 어린이집 구분 없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작구에는 올해 4월 기준으로 어린이집 169곳이 있다. 이 중에서 공립 어린이집은 69곳, 민간 어린이집 36곳, 20인 이하 영아(0살)를 보육하는 가정 어린이집 53곳, 직장 어린이집 8곳, 기타 3곳이다. 동작구는 앞서 동작보육청사업을 통해 구립어린이집을 늘리는 보육기반 조성에 힘썼다. 2014년 6월 당시 29곳이던 구립어린이집이 2021년 말 40곳이 늘어 모두 69곳이 됐다. 구립어린이집 69곳 중 7곳은 민간에서 구립으로 전환한 곳이라 동작보육청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동작구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2014년 7월 30%에서 2022년 4월 58%로, 28%포인트나 늘어났다. 서울시 평균 50%보다 8%나 높은 수치다.
동작구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22일까지 7일 동안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 영유아부모를 대상으로 동작보육청사업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만족한다’ 95%, ‘보통’ 4%, ‘불만족’ 1%로 응답해 동작보육청사업은 영유아 부모들한테 큰 호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연우군이 엄마 정유진씨와 함께 동작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상도2동 맘스하트카페에서 장난감 버스를 가지고 놀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엄마 입장에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의 관계가 제일 중요해요. 아이 관련해 트러블(문제)이 제일 많이 생기죠. 동작구 어린이집은 그런 게 별로 없어요.”
세 아이 엄마인 김아름(37)씨는 동작구 상도동에서 11년째 산다. 첫째와 둘째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셋째는 구립어린이집에 다닌다. 김씨는 “어린이집 원장이나 선생님들이 바뀌어도 성향은 다르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어 주위 엄마들도 굉장히 만족한다”고 했다. 또한 “3~4년 전부터 구립어린이집이 많이 생겨 이전보다 들어가기 훨씬 쉬워져 엄마들이 좋아한다”며 “코로나19도 이제 끝나가고 있어, 아이가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하지 못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