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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문을 연 성북스마트패션산업센터는 스마트 팩토리 기반 시설을 갖추고 지역 패션봉제 소상공인을 지원한다. 4월21일 성북구 보문동 성북스마트패션산업센터 1층 쇼룸 카페에서 지역 소상공인들이 판매 중인 자사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제해기 본부장, 손석봉 인랩 대표, 김성만 성진어패럴 대표.
카페형 쇼룸에서는 생산품 전시하고
온라인 판매채널 연계도 센터가 ‘척척’
유통 환경 변화 따라가는 데 큰 도움 돼
“협소한 공간과 기술 인력 부족 아쉬워”
“원가를 5% 정도 절감하고 인력 운영도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됐어요.” 기능성 속옷, 대학생 단체복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인랩의 손석봉(35) 대표가 성북스마트패션산업센터의 자동재단 무상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긴 변화를 얘기했다. 4월21일 센터 1층 카페형 쇼룸에서 만난 3명의 소상공인은 생산 효율화에 꽤 효과가 있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석관동에서 21년째 남녀 정장 등을 만들어온 김성만(57) 성진어패럴 대표도 “시간을 절약하고 생산 효율도 높아져 수익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성북스마트패션산업센터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지역에 밀집한 1500여 곳 패션봉제 업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4년 만에 완성한 지하 1층~지상 4층의 공간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에서 56억원을 지원받아 건물과 장비를 마련했다. 연간 6억원 정도의 성북구 자체 예산으로 서울패션섬유봉제협회가 위탁 운영한다.
지하 1층 스마트장비실의 연단기에 직원들이 원단을 쌓고 있다.
캐드(CAD, 컴퓨터 이용 디자인 설계)로 작업한 종이 옷본 패턴이 출력기에서 나오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센터는 스마트 팩토리 시설을 갖췄다. 디자인부터 패턴, 제작, 유통을 한자리에서 할 수 있다. 지하 최첨단 자동재단실에서는 원단을 자동으로 잘라주는 자동재단기와 캐드(CAD, 컴퓨터 이용 디자인 설계), 캠(CAM, 컴퓨터 원용 생산)을 설치했다. 센터에서 고용한 기술자가 상근하면서 패턴 입력이나 그레이딩(수정), 마카(종이 옷본 출력) 작업을 무상으로 도와준다. 지상 2~3층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봉제용 특종 장비가 있고 패션 제조 원스톱 공정을 위한 디자인실, 패턴샘플실도 마련했다. 제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1층 쇼룸은 카페형으로 꾸몄다.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을 위한 4층엔 회의실, 세미나실, 사무 공간이 있다. 개관 뒤 5개월 동안 50여 개 업체가 센터를 이용했다. 서비스 횟수는 1천 회를 넘었다. 자동재단 무상 서비스 이용이 가장 많은 편이다. 인랩의 손 대표도 자주 이용해왔다. 손 대표는 대학 때부터 의류 관련 경험을 쌓아오다 2년 전 인랩을 창업했다. 길음동에서 직영공장을 운영하는데, 기존에 수작업하던 공정을 자동화하면서 공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인랩은 유연한 인력 운영으로 부수적인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주력 제품인 ‘학과 점퍼’(과잠)는 학교와 학과 이름을 새긴 야구 점퍼로 개인 이니셜 등을 하나씩 자수로 새겨 넣어야 한다. 여태껏 외주작업으로 해왔는데 불량률이 높았다. 성혜진 이사는 “기계로 자수 작업을 직접 하고 검수를 꼼꼼하게 해 품질을 더 향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성진어패럴의 정장은 소량 다품종 주문이 많아 그간 수작업한 패턴이 공장에 수북하게 쌓여 있을 정도로 많았다. 이젠 자동재단 작업 파일을 수정만 하면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김성만 대표는 “스마트 장비(CAM, CAD 등)를 이용해 표준화된 품질의 자동화 작업으로 빠르고 고품질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센터의 마케팅 지원은 유통 환경 변화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된다. 소상공인이 자체 제조 시스템은 갖췄더라도 유통, 마케팅까지 소화해 나가기는 쉽지 않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담당 직원을 뽑아 판로를 개척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소상공인이 온라인 유통을 위해 플랫폼 업체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플랫폼의 요구 사항을 맞추느라 생산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손 대표는 “공신력 있는 센터가 플랫폼 업체를 직접 접촉해 완충 역할을 해줘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인랩의 온라인 유통을 추진해온 성 이사는 “유통 환경 변화를 개별 업체가 따라가기가 어려운데 센터의 지원으로 새 유통분야 진출이 수월해졌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1층 카페형 쇼룸에서 제품 판매를 하면서 소비자 수요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10개 업체가 제품 5점씩을 판매하고 있다, 제해기(57) 본부장은 “가을, 겨울에 각각 업체 5곳을 추가해 연말까지 20개 업체의 100여 점이 전시 판매될 예정이다”라고 했다. 온라인 유통 연계도 진행된다. 센터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이고 해외 온라인 판매채널도 연계를 추진하고 있어,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 기대도 한다. 센터는 5월부터는 무신사 등 국내 온라인 쇼핑몰 입점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 라이브 커머스와 위챗 기반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위탁 판매도 진행한다. 중국 라이브 커머스는 매달 1회씩 8회 방송을 계약했다. 3월 말 첫 회엔 최근 출시된 성북구 공동 브랜드 ‘유어즈’(URZ)의 기획상품 판매를 진행했다. 제 본부장은 “브랜드가 생소하고 첫 방송이라 판매량은 적었지만 앞으로 꾸준히 알려 시장을 공략해나갈 계획”이라며 “온라인 유통은 라인을 구축해 놓으면 확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센터 운영에 아쉬운 점도 있다. 자동재단실 공간이 좁고 인력 부족으로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 다른 업체 작업을 고려해 대량의 작업주문은 받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으로서는 고가의 자동재단 기계를 개별적으로 갖추기는 어렵다. 김성만 대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동재단기를 운영할 전문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센터의 지원에 대해 지역 패션봉제업체들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자동재단실 공간이 좀 더 넓고 인력과 장비가 추가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 센터는 생산과 유통 두 영역에서 지원을 이어간다. 생산 쪽은 스마트 장비를 활용해 생산 효율화를 경험하며 업체의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 한다. 유통 쪽은 국내외 온라인 판로를 개척해 연계하고 지역의 공동 브랜드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마케팅에 나선다. 제 본부장은 “지역 패션봉제 소공인들이 시장과 기술의 변화를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가려 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