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소외된 사람 모티브로 한 로봇’이 만든 익숙함이란 착시현상

싸구려 인조인간의 노랫말2(로보트 야상곡)(26~28일)

등록 : 2022-08-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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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들의 움직임은 소리를 증폭시킨다. 서로를 비추는 세밀한 빛은 그림자놀이가 된다. 카메라에서 울려퍼지는 셔터 소리와 함께 네트워크에 공유되는 장면은 연기와 바람과 함께 점차 무대를 희미하게 감싸 안는다.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은 258석에 이르는 대학로극장쿼드의 내부를 완벽하게 장악한다. 로봇의 현란한 움직임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관객들은 자신만의 기억장치를 전부 가동한다.

미래에서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싸구려 인조인간의 노랫말2(로보트야상곡)>는 미디어아티스트 권병준의 작품이다. 그는 한때 인디밴드 삐삐롱스타킹의 메인 보컬로 서른 살 초반까지는 인디레이블(독립음반회사)을 이끌며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했지만, 지금은 창조적 예술활동을 고민하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림자로 환원되는 빛의 시선을 따라 인간을 닮은 기계들이 꿈틀거린다. 대칭을 벗어난 기형적인 외팔이 로봇의 거칠고 투박한 움직임은 그림자의 중첩, 왜곡, 합성을 거쳐 우리에게 ‘인간의 익숙함’이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자동화된 무대장치이자 등장인물들로 작동하는 로봇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구속과 같은 불안감을 환기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통제 아래 있는 구속된 기계에 불과하다.

“90년대 클럽 신의 동료들과 기억, 거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모티브로 제작했다”고 밝힌 권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로봇들이 제한된 몸짓 안에서 서로를 비추고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했다. 권 작가는 그동안 헤드폰을 쓰고 특정 장소에 매핑된 소리와 공간, 조형물과 조응하면서 감상하는 작품을 비롯해 이방인으로 살았던 자신의 유학 시절 영향으로 한국에 사는 이방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후에는 미디어의 가상현실을 무기로, 우리를 현실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것을 우려해 세상과 공명하는 기술을 고민해왔다.

크리에이티브팀과 함께 제작된 이 창작극은 로봇을 이용한 ‘메카니컬 시어터’(기계극장)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금은 그 무한한 확장성을 실험하고 있다.

장소: 종로구 동숭동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시간: 금 오후 7시30분, 토 오후 3시·7시30분, 일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1577-0369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 사진 최장원 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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