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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업체 ‘소윙바운더리스‘의 하동호 실장(왼쪽)과 봉제업체 ‘하성’의 권명옥 이사가 5일, 양천구 신월동의 하성 공장에서 협업으로 제작한 옷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봉제공장의 보릿고개라 하는 여름·겨울에는 일감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서,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투자비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봉제업체 ‘하성’의 권명옥 이사는 22년째 양천구 신월동에서 공장을 꾸려오고 있다. 한솥밥을 먹는 공장 식구는 대표인 남편을 합쳐 40명이다. 하성은 대기업 브랜드 하청공장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 해외 중저가 브랜드에 시장을 뺏기면서 일감이 줄고 있어 일감 확보가 늘 숙제다.
수익금은 디자이너와 제조업체 절반씩 나눠
하성은 지난여름 의류협회 누리집에 올라온 서울팩토리(SEOUL FACTORY)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서울팩토리’라는 공동브랜드로 의류제조업체와 디자이너 협력지원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시범사업은 우수 봉제공장에 디자이너들과 협업할 기회를 주고, 장기적으로 자체 브랜드 출시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가 마련한 사업이다. “옷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는 자신감과 브랜드를 갖고 제품을 판매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저 없이 봉제업체 공모에 참여했어요.”
하성은 디자인업체 ‘소윙바운더리스’와 한 팀이 되었다. 디자인을 맡은 하동호 실장은 하성의 실력을 믿고 함께했다. 생산비 부담도 없고, 상품홍보책자나 홍보 동영상 등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 제작 비용도 지원해준다는 점이 끌렸다. 하성의 권 이사와 소윙바운더리스의 하 실장은 손잡고 줄무늬 패턴을 활용해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 스타일’의 코트와 바지를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지난주부터 온라인몰, 오프라인 편집숍 등에서 팔기 시작했다. 판매 수익금은 생산업체와 디자이너가 절반씩 나눈다.
올 초 파리에서 서울로 활동 기반을 옮긴 디자인업체 ‘위빠남’의 유은송 실장도 이번 협력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프랑스인 남편 쥘리앵과 2014년부터 파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파리에서는 원부자재 값이나 인건비가 비싸 작은 브랜드가 살아남기가 어려웠다. “신진 디자이너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여건은 봉제 생산기반이 남아 있는 서울이 그래도 나은 편이에요.”
한국 생산업체와 네트워크가 많지 않은 두 사람에게 시범사업은 한 걸음 나갈 기회가 되고 있다. 위빠남은 시범사업을 계기로 옷 종류와 소재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옷은 이전의 상의와 실내복 중심에서 코트, 점퍼, 바지, 셔츠로 종류를 넓혔다. 직기류 소재도 처음 사용해봤다. 전통 매듭과 한글 프린터를 브랜드의 상징 이미지로 내세웠다. “작은 디자인업체가 중견 생산업체를 만나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 기뻤어요.”
봉제업체 ‘창미’의 윤창섭 대표(왼쪽)와 디자인업체 ‘위빠남’의 유은송 부부(오른쪽)는 서울팩토리의 공동브랜드로 옷을 만들고 있다. 장수선 기자, 서울시 제공
위빠남과 팀을 이룬 ‘창미’는 18년 역사에 직원 32명이 일하는 건실한 봉제업체다. 창미의 윤창섭 대표 역시 하성의 권 이사처럼 자체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이번 협력 시범사업을 통해 창미는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협업, 홍보, 마케팅 등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막연한 기대로 협력 사업에 덤벼들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그림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됐어요. 당장 수익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번 경험을 살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자체 브랜드 작업을 해보려 합니다.”
시범사업 참가자들은 사업 기간이 너무 촉박했던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디자인 기획에서 제품 생산, 판매까지 3개월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봉제업체와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협의를 하지 못해 중간에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디자이너들은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기획 때 더 많은 협의를 하고, 유통망도 좀 더 챙길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봉제업체 대표들 역시 “디자인 콘셉트, 소재 선정 등에 대한 이견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고 제작에 들어갔으면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다섯 팀 참여 두 팀이 제품 생산 이번 시범사업에는 다섯 팀이 참여해 네 팀이 시제품을 만들었고, 두 팀이 상품을 생산했다. 서울시는 시제품 제작비, 홍보 비용, 서울 패션위크 트레이드쇼(제품의 주문과 구매가 현장에서 이뤄지는 쇼)의 수주 상담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장영민 서울시 문화융합경제과 과장은 “이번 협력 시범사업은 봉제업체와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시스템의 모든 과정을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며 “더 많은 봉제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사업을 확대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시범사업 참가자들은 사업 기간이 너무 촉박했던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디자인 기획에서 제품 생산, 판매까지 3개월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봉제업체와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협의를 하지 못해 중간에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디자이너들은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기획 때 더 많은 협의를 하고, 유통망도 좀 더 챙길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봉제업체 대표들 역시 “디자인 콘셉트, 소재 선정 등에 대한 이견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고 제작에 들어갔으면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다섯 팀 참여 두 팀이 제품 생산 이번 시범사업에는 다섯 팀이 참여해 네 팀이 시제품을 만들었고, 두 팀이 상품을 생산했다. 서울시는 시제품 제작비, 홍보 비용, 서울 패션위크 트레이드쇼(제품의 주문과 구매가 현장에서 이뤄지는 쇼)의 수주 상담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장영민 서울시 문화융합경제과 과장은 “이번 협력 시범사업은 봉제업체와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시스템의 모든 과정을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며 “더 많은 봉제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사업을 확대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