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쉼없이 경쟁하다 쓰러지고 만 X세대의 비극과 우리의 자화상

엑스(X)의 비극(12일~4월4일)

등록 : 2021-03-11 15:56 수정 : 2021-03-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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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예측 불가능하고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엑스(X)세대’로 불리던 이들이 어느덧 40대 중년이 됐다. 기성세대의 가치와 관습에 반발하고,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했던 엑스세대는 어떤 기성세대가 되어 있을까.

국립극단이 12일부터 4월4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선보이는 연극 <엑스(X)의 비극>(작 이유진, 연출 윤혜진)은 살아남기 위해 쉼없이 경쟁하며 달려오다 끝내 쓰러지고 만 엑스세대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마흔넷의 현서가 탈진해 누워버리자, 현서의 아내, 어머니, 아들 등 주변 인물은 현서를 일으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해진 주인공 모습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던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엑스세대인 이유진 작가는 주인공 현서와 주변인들을 냉소적이면서도 애틋한 시선을 가진 인물로 그리는 동시에 재치 있고 가식 없는 대사로 극을 유쾌하게 풀어간다. 현실감 넘치는 등장인물의 모습에 관객은 자신을 투영하며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다.

미지수 ‘엑스’의 비극은 수많은 누군가의 비극을 의미한 것이다. 이유진 작가는 “엑스세대의 비극에서 출발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함께 고민하고 작은 희망을 얻어 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엑스의 비극>은 2018년부터 국립극단이 운영해온 희곡 투고 제도 ‘희곡우체통’을 통해 발굴한 세 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6인의 배우는 모두 국립극단 시즌 단원이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스카팽> 등 국립극단의 대표작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명기를 비롯해 문예주, 이상홍, 이유진, 송석근, 김예림 배우가 호흡을 맞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두기 객석제’로 운영하며, 14일 공연 뒤에는 ‘예술가와의 대화’를 한다.


장소: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시간: 평일(화 쉼)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1644-2003

전민정 <문화+서울> 객원 편집위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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