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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도 성적 걱정도 없는 학교, 마을학교

노원구 올해 1000개 마을학교 운영, 주민 자치학교에 8000명 참여 예상

등록 : 2016-08-04 13:09 수정 : 2016-08-0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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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이지안(9) 양이 수락산 기슭에서 노원구 마을학교 ‘신기한 마을숲 이야기‘의 교사 이금주(52) 씨의 손을 잡고 해님 밧줄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숲아! 들어가도 되니?”

초등학교 1~3학년 아이들 10명이 목소리를 모아 수락산 숲에 묻는다. “빨리 들어와!” 몇몇이 숲 대신 답하자 아이들 모두 까르르 웃는다. 자연에 말 거는 아이들 모습에 지나가던 주민들 입꼬리도 절로 올라간다.

지난달 26일 수락산에서 열린 마을학교 ‘신기한 마을숲 이야기’의 방학 특강 모습이다. ‘마을이 학교다’(이하 마을학교) 사업은 노원구가 2013년부터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일이다. 마을학교 사업은 문화·예술, 체육, 전통놀이 등 다양한 분야의 주민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거나, 기관·단체가 주민을 대상으로 여는 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프로그램 하나가 곧 하나의 마을학교다. 수강료는 무료고, 강사료는 재능기부 수준으로 시간당 2만 원을 책정해 구 예산으로 지급한다. 노원구는 올해 1000개의 마을학교에 8000명의 학생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기한 마을숲 이야기’는 상계8동 아이들을 위한 생태체험 마을학교다. 지난해 주민 이금주(52) 씨 제안으로 시작했다. 어린이집 교사를 거쳐 마을학교의 숲해설 교사가 된 이 씨는 자신의 경험을 십분 활용해 다채로운 체험활동으로 수업을 이끌려고 한다. 아이들이 오감으로 자연을 느껴야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시간에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나무나 꽃 이름을 배우는 것보다 아이들이 즐겁게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요.”

방학 첫 수업으로 이 씨와 아이들은 마을을 벗어나 수락산 탐방에 나섰다. 교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자연의 다양한 생명을 느끼려는 것이다. 숲에 들어서서 비탈길을 지나며 아이들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이야기도 듣고, 개미를 잡아먹는 개미귀신이 사는 구멍도 들여다본다. 이 씨는 아이들에게 벌레가 자라 명주잠자리가 되는 모습을 미리 준비해온 사진으로 보여 준다. 아이들은 나무에 낀 이끼도 만져 보고, 곳곳에서 자라는 버섯도 들여다본다.

숲 속에는 아이들의 놀잇거리가 널려 있다. 숲에 널브러져 있는 고목 위에 한 줄로 서 한 발 한 발 균형 잡아 걸으며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아카시아 잎을 뗀 잎줄기로 머리카락을 말아올려 파마머리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아카시아 잎을 반 접어 아랫입술을 댄 뒤 살짝 잡아당겨 윗입술을 이용해 소리도 내어 본다. 3학년 승원이가 “소리가 나요!” 외치며 신나 했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나무 지팡이를 주워 산신령 놀이도 해 본다. 원 모양으로 빙 둘러서서 ‘꼬부랑 할머니’ 노래를 부르며 한 걸음씩 잽싸게 움직여 옆 사람 지팡이를 잡는 놀이다. 지팡이를 놓친 1학년 범준이는 옆 친구가 제대로 주지 않아서라며 속상해한다. 이 씨는 “괜찮아요. 잘하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서로 도우며 하는 게 좋은 거예요” 하며 범준이를 달랜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많다. 1학교 용구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빨간 리본을 보고 뭐냐고 묻는다. 이 씨는 “산을 찾는 사람들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표시한 거예요” 하고, “산초나무 향을 벌레들이 싫어하니까 산에서 산초나무 잎을 얼굴에 붙이고 있으면 모기에게 덜 물려요”라며 아이들 얼굴에 산초 잎을 하나씩 붙여 준다. 아이들은 산초 잎이 붙은 얼굴을 서로 쳐다보며 웃음꽃을 피운다.


아이들은 동네 형, 동생, 어른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 ‘육 형제’ 얘기를 들려주면서 이 씨는 3학년 하영이네는 형제가 다섯이라는 얘기를 아이들에게 해 준다. 비탈길을 내려갈 때는 형, 누나들이 동생들 손을 잡아 주며 서로 돕는다. 자연스레 협동과 배려를 배운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엄마들이 와 해님 밧줄을 태워 준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 이내 재미와 긴장감을 느끼며 즐거워한다. 한껏 하늘 가까이 올려 주면 아이들은 마음에 햇살을 가득 담고 행복해한다. 1일 보조교사를 한 2학년 희찬이 엄마는 “마을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아이들 한 명씩을 다정다감하게 마음으로 대해 주셔서 참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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