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빗물받이로 악취 불편 개선 ‘뿌듯’”

수방·치수 업무 10년차 토목기술직

침수피해·악취 민원 해결 위해 추진

비 오면 센서로 덮개가 열리는 방식

반자동으로 비용 줄여 보급 확대 기대

“시범설치 50일 동안 악취와 배수 민원이 사라졌어요.”

11월17일 지하철 5호선 상왕십리역 인근 이면도로. 박철홍(38) 성동구 치수과 주무관이 ‘성동형 스마트 빗물받이’를 보여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스마트 빗물받이는 평소 덮개가 닫혀 있고 비 오면 자동으로 열려 빗물이 빠지도록 작동한다.

성동구 치수과가 지난 9월 성동형 스마트 빗물받이를 개발해 악취 민원이 잦은 지역 32곳에 시범 설치했다. 경계석 한 칸에 본체가 부착돼 있고 맞닿은 도로면 기존 빗물받이 뚜껑(스틸 그레이팅) 위에 노란 우레탄 덮개가 놓인 장치다. 본체 오른쪽 센서에 물이 닿자 덮개가 천천히 본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박 주무관은 “물이 다 마르고 대략 1시간 정도 지나면 덮개가 저절로 나와 닫힌다”고 설명했다. 작동에 필요한 전력은 본체의 태양광 설비를 통해 제공된다.

박 주무관은 지난 10년 동안 자치구에서 수방과 치수 업무를 해왔다. 2013년 서울시 기술직 지방공무원으로 임용돼 중랑구를 거쳐 성동구 치수과에는 2019년 부임했다. 치수팀에서 재해대책 업무를 맡았고 지난 9월부터는 하수계획팀에서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맡아왔던 스마트 빗물받이 업무는 이번 인사 이동에서 그를 따라 하수계획팀으로 옮겨왔다.

스마트 빗물받이 도입은 치수과가 고질적인 악취 민원을 풀어가기 위해 지난해 추진한 사업이다. 서울 대부분 지역처럼 성동구도 하수관로의 95%가 빗물과 오수가 합쳐지는 합류식이다. 하수관로 정비사업과 준설공사를 꾸준히 해오지만, 합류식 방식의 영향으로 악취 문제는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엔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주민 불편을 개선해보기로 했다.

박 주무관은 기존 빗물받이 자동개폐 장치부터 검토했다. 왕십리 오거리에 7개를 설치해 한 달 동안 테스트해봤다. 빗물받이 뚜껑(철판)과 덮개가 철선(와이어)으로 연결돼 도르래 원리로 작동했다. 철판 사이로 이물질이 끼이거나 차량이 많이 다니면 철판이 기울어지거나 휘어져 개폐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

기존 장치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했다. 철판과 덮개를 연결하지 않고 본체 자체에서 덮개가 나왔다가 들어가는 것으로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다. 제작 업체와 개선안을 협의해 성동형으로 개발을 진행해 설치하는 데 6개월여 걸렸다. 그는 “유지관리를 고려해 최대한 단순한 형태의 실용적인 장치로 만들었다”고 했다.

현재까지 스마트 빗물받이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11월 초 밤사이 내린 가을비로 서울 도로 곳곳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 지역엔 한 건도 없었다. 박 주무관은 “도로 양쪽으로 설치된 덮개가 낙엽 유입을 막아줘 빗물이 잘 빠질 수 있었다”며 “덮개가 열린 뒤에도 설치 전보다 적은 양의 낙엽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관심도 높았다. 구청장 직통 문자로 좋은 아이디어라며 응원하기도 하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다. ‘센서 고장이나 단전 등에 대비했는가’ ‘센서가 침에 반응하지 않을까’ ‘쓰레기가 밀려서 쌓이지 않을까’ 등의 질문이 있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질문과 의견에 대한 답과 함께 “주민 의견은 꼼꼼히 살펴 앞으로 보완 작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스마트 빗물받이 설치 확산을 위해서는 비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 32개를 시범 설치하는 데 1억원 정도 예산이 들었다. 박 주무관은 이런 문제점을 풀고 보급을 확대할 방안으로 반자동 장치를 검토하고 있다. 반자동 장치는 덮개 열기는 자동으로, 닫기는 수동 방식이다. 비용은 자동에 견줘 절반 정도다. 그는 “(반자동으로) 적은 비용으로 악취 불편을 덜어 주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며 “장치 효과가 검증되고 안정성이 확보되면 통합관제센터와 연결해 원격조정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 주무관은 현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을 도울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임용 초기 집중호우로 하수구가 역류해 침수 위험에 처한 반지하 주택에 가서 양수기를 직접 설치해 가재도구 정리를 도왔다. 그는 “망연자실한 주민을 보며 피해를 예방하는 일에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수해 발생 상황에서 일손이 부족한 현장을 가지 못하고 상부 업무 보고에 매달려야 할 때는 마음이 무겁단다. 그는 “앞으로 현장 중심으로 일하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