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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산대놀이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전승되는 탈춤이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명맥이 끊어질 뻔하다 1950년대 들어 복원돼, 197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됐다. 지난 11월30일에는 한국의 탈 18종목에 포함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송파산대놀이 전승자들이 21일 송파산대놀이 제5마당 팔먹중 곤장놀이를 시연하기 위해 서울놀이마당으로 들어오고 있다. 제일 앞 곤장을 손에 든 이가 우두머리 격인 원목이다.
250년 이어온 송파산대놀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한국의 탈춤’ 18종목 중 서울에서 전승되는 유일한 가면놀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고 해서 우리에게 혜택이 오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전세계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대표해 긍지를 갖고 활동할 수 있게 돼 무척 뿌듯합니다.” 한국의 탈춤이 지난 11월30일(현지시각)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17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회의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종묘제례악이 국내 첫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이후 22번째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탈춤은 모두 18종목으로 서울에서는 송파산대놀이가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다. 21일 송파구 잠실동 송파산대놀이 전수관이 있는 서울놀이마당에서 만난 이병옥 송파산대놀이보존회 회장은 “탈춤이 좀 더 빨리 유네스코에 등재됐어야 했는데, 밀리고 밀려 22번째가 됐다. 이제라도 등재돼 너무 고맙다”며 아쉬움과 기쁨을 함께 표현했다. “고려 말 사회 풍자 현상이 나타나면서 조선시대에 정착됐죠. 민중을 대표하는 먹승을 내세워 승려, 양반,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이 가미됐습니다. 풍자, 서민 애환, 처첩 갈등 등 5가지 주제가 탈춤 속에 담겨 있어요. 민중이 공감하고 통쾌함을 느끼며 박수를 치잖아요.”
‘한국의 탈춤’ 18종목 중 서울에서 전승되는 유일한 가면놀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고 해서 우리에게 혜택이 오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전세계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대표해 긍지를 갖고 활동할 수 있게 돼 무척 뿌듯합니다.” 한국의 탈춤이 지난 11월30일(현지시각)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17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회의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종묘제례악이 국내 첫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이후 22번째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탈춤은 모두 18종목으로 서울에서는 송파산대놀이가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다. 21일 송파구 잠실동 송파산대놀이 전수관이 있는 서울놀이마당에서 만난 이병옥 송파산대놀이보존회 회장은 “탈춤이 좀 더 빨리 유네스코에 등재됐어야 했는데, 밀리고 밀려 22번째가 됐다. 이제라도 등재돼 너무 고맙다”며 아쉬움과 기쁨을 함께 표현했다. “고려 말 사회 풍자 현상이 나타나면서 조선시대에 정착됐죠. 민중을 대표하는 먹승을 내세워 승려, 양반,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이 가미됐습니다. 풍자, 서민 애환, 처첩 갈등 등 5가지 주제가 탈춤 속에 담겨 있어요. 민중이 공감하고 통쾌함을 느끼며 박수를 치잖아요.”
팔먹중 곤장놀이에서 팔먹중들이 차례로 원목에게 곤장을 맞으며 퇴장하는 모습.
한국의 탈춤은 춤, 노래, 연극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다. 탈을 쓴 춤꾼이 관객과 소통하며 해학과 익살로 사회와 지배계층을 풍자한다. 이처럼 한국의 탈춤은 유네스코에서 보편적 평등 가치와 사회 신분제에 대한 비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주제이며, 각 지역의 문화 정체성에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탈춤에는 양주별산대놀이, 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강릉관노가면극, 북청사자놀음, 봉산탈춤, 동래야류, 강령탈춤, 수영야류, 송파산대놀이, 은율탈춤, 하회별신굿탈놀이, 가산오광대 등 국가무형문화재 13개와 속초사자놀이, 퇴계원산대놀이, 진주오광대, 김해오광대, 예천청단놀음 등 시도무형문화재 5개가 포함됐다.
송파산대놀이 전승자들이 팔먹중 곤장놀이 시연을 마치고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송파산대놀이는 장터에서 벌인 큰 놀이판입니다. 강원도와 삼남에서 상인들이 모여들었죠. 객주가 270여 개나 있었는데, 요즘으로 치면 호텔 개수가 그만큼 많았던 셈이죠. 경제적 여건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송파산대놀이는 250여 년 전부터 송파장터를 중심으로 연희됐던 가면놀이다. 정월대보름, 단오, 백중, 한가위 등 명절에 행해졌다. 특히 백중에는 각 지방의 산대놀이 명연희자들을 초청해 일주일씩 놀았다고 한다. 송파산대놀이가 성행한 데는 송파장터를 중심으로 한 부유한 상인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송파장이 쇠퇴한 이후 송파산대놀이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왔다.
송파산대놀이 전승자들이 서울놀이마당 내 전수관에서 연습하는 모습.
1950년대 후반 다시 복원되기 시작한 송파산대놀이는 1973년 11월 국가무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됐다. 탈놀음 12마당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고 32개 탈 중 신할미, 신할애비, 포도부장, 무당 등 송파산대놀이에만 쓰이는 탈이 4개나 있다. 당시 연희자 5명과 악사 1명 등 6명이 보유자(인간문화재)로 인정받았다.
1970~80년대에는 활발한 전승이 이뤄졌다. 1975년부터 1983년까지 전수장학생 25명 중 5년간의 교육을 마친 18명이 이수자가 됐다. 1986년에는 전수교육 대상이 전수장학생뿐만 아니라 전수장학생 연령을 초과한 일반전수생까지 확대됐다.
“1970~80년대는 대학 탈춤패가 성행하던 때였습니다. 대학마다 문전성시를 이뤄 전수관에도 엄청나게 몰려왔어요. 정신없었죠. 그런데 운동권 중심이다보니 탈춤 추는 사람을 색안경 끼고 봤죠.” 이 회장은 “탈춤 배우러 가면 경찰에서 조사가 나왔다”며 “그러다 보니 1990년대 이후 점차 배우러 오는 사람이 줄었다”고 했다.
송파산대놀이에 쓰이는 다양한 얼굴 표정을 지닌 탈. 맨 아래 줄 왼쪽 둘째가 송파산대놀이에만 있는 신할미탈이고 바로 윗줄 맨 오른쪽이 무당탈이다.
이와 맞물려 보유자가 하나둘 사망하면서 1994년 이후 송파산대놀이 보유자는 한명도 남지 않았다. 이후 1995년 5월 김학석(1940~2014)이 보유자로 인정받았지만, 송파산대놀이 보유자는 1명에 불과했다. 이 회장은 “단체 몇몇 사람을 보유자로 인정하는 데 따라 전승자 간에 불화를 조성할 수 있고 예산 관계상 다수의 보유자 인정이 어려워 단체 성격별로 주된 기능을 보유한 자를 1~2명 이내에서 두기로 국가 방침이 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옥 송파산대놀이보존회 회장(왼쪽)과 함완식 보유자. 이 회장은 지난 7월 명예보유자가 됐고 함씨는 2006년 보유자가 됐다.
6명이던 보유자 1995년 이후 1명뿐, 보유자 늘리고 국가 지원 확대 필요
12마당 전승, ‘송파’에만 있는 탈 4개
1970~80년대 탈춤패 성행 ‘문전성시’
1990년대 이후 관심도 전수자도 줄어
“훌륭한 문화유산 계승 발전 힘 모아야” 송파산대놀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전승자가 줄어 위기를 겪는 현실은 여전하다. 현재 송파산대놀이에는 2006년 보유자가 된 함완식, 지난 7월 명예보유자가 된 이 회장을 비롯해 전승교육사(전수교육을 하는 자) 5명, 이수자(전수교육을 마친 자) 20명, 전수자(전수교육을 받는 자) 26명이 있다. 이 중 이수자는 11명, 전수자는 23명이 활동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알아줘야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고 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함완식씨는 기쁘지만 걱정스럽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전통과 역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요. 제일 무서운 일입니다. 후배들한테 전승이 끊어질 위기라서 불안감을 많이 느껴요.” 함씨는 “전수자들이 자기 돈 써가면서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전수자가 많이 줄어 송파산대놀이가 언제까지 존속할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공연하면 모두 열광하는데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만 모르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전수자뿐만 아니라 보유자가 돼도 탈춤으로 생계유지가 안 되는 것도 큰 고민거리다. 이 회장은 국가 지원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공연으로 먹고살기도 힘들다고 했다. “겨우 1년에 한 번 정기 공연하는 것과 운영비 정도 받는 게 전부죠. 인간문화재가 매달 국가에서 받는 150만원으로는 생계유지도 힘들어요.” 더구나 요즘에는 젊은이들도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때부터 가르쳐도 중학교 2학년을 마치는 순간 안 나와요. 대학 가는 데 도움이 안 되니 부모들이 아무도 자기 자식을 보내지 않는 거죠.” 이 회장은 “입시와 서구문화에 매몰돼 전통 문화는 구닥다리라고 생각해서인지 관심이 옛날만 못하다”며 “그나마 가르칠 만하면 얼마 안 돼 안 온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보유자 지정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 종목은 인간문화재를 지정하지 않으려 해요. 전승교육사로 끝내려 하는데, 잘못된 것이죠.” 이 회장은 탈춤을 배우는 전수자에게 미래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의지가 많이 꺾였다고 했다. “처음 보유자 지정할 때만큼 보유자를 지정해주는 게 우리 바람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수자들이 인품과 실력을 갖추려고 더 노력하고 송파산대놀이도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 했다. 서울놀이마당은 송파산대놀이 전승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전국에 있는 무형문화재의 발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서울놀이마당에서 전통 공연 외 다른 공연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럴 때면 송파산대놀이 연습장인 전수관을 분장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송파산대놀이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편을 호소했다. 이 회장은 “분장실을 따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송파산대놀이보존회는 매년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연한다. 또한 청소년, 지역주민,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체험 활동도 펼치고 있다.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송파산대놀이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이 회장은 “미래 관객이자 전승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유치원이나 학교 등에서 송파산대놀이를 가르치고 또 가르치겠다”며 “유네스코에 등재된 탈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더 높아져, 미래 한국 탈춤을 책임질 전승자가 많이 모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1970~80년대 탈춤패 성행 ‘문전성시’
1990년대 이후 관심도 전수자도 줄어
“훌륭한 문화유산 계승 발전 힘 모아야” 송파산대놀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전승자가 줄어 위기를 겪는 현실은 여전하다. 현재 송파산대놀이에는 2006년 보유자가 된 함완식, 지난 7월 명예보유자가 된 이 회장을 비롯해 전승교육사(전수교육을 하는 자) 5명, 이수자(전수교육을 마친 자) 20명, 전수자(전수교육을 받는 자) 26명이 있다. 이 중 이수자는 11명, 전수자는 23명이 활동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알아줘야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고 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함완식씨는 기쁘지만 걱정스럽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전통과 역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요. 제일 무서운 일입니다. 후배들한테 전승이 끊어질 위기라서 불안감을 많이 느껴요.” 함씨는 “전수자들이 자기 돈 써가면서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전수자가 많이 줄어 송파산대놀이가 언제까지 존속할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공연하면 모두 열광하는데 훌륭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만 모르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전수자뿐만 아니라 보유자가 돼도 탈춤으로 생계유지가 안 되는 것도 큰 고민거리다. 이 회장은 국가 지원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공연으로 먹고살기도 힘들다고 했다. “겨우 1년에 한 번 정기 공연하는 것과 운영비 정도 받는 게 전부죠. 인간문화재가 매달 국가에서 받는 150만원으로는 생계유지도 힘들어요.” 더구나 요즘에는 젊은이들도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때부터 가르쳐도 중학교 2학년을 마치는 순간 안 나와요. 대학 가는 데 도움이 안 되니 부모들이 아무도 자기 자식을 보내지 않는 거죠.” 이 회장은 “입시와 서구문화에 매몰돼 전통 문화는 구닥다리라고 생각해서인지 관심이 옛날만 못하다”며 “그나마 가르칠 만하면 얼마 안 돼 안 온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보유자 지정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 종목은 인간문화재를 지정하지 않으려 해요. 전승교육사로 끝내려 하는데, 잘못된 것이죠.” 이 회장은 탈춤을 배우는 전수자에게 미래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의지가 많이 꺾였다고 했다. “처음 보유자 지정할 때만큼 보유자를 지정해주는 게 우리 바람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수자들이 인품과 실력을 갖추려고 더 노력하고 송파산대놀이도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 했다. 서울놀이마당은 송파산대놀이 전승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전국에 있는 무형문화재의 발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서울놀이마당에서 전통 공연 외 다른 공연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럴 때면 송파산대놀이 연습장인 전수관을 분장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송파산대놀이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편을 호소했다. 이 회장은 “분장실을 따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송파산대놀이보존회는 매년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연한다. 또한 청소년, 지역주민,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체험 활동도 펼치고 있다.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송파산대놀이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이 회장은 “미래 관객이자 전승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유치원이나 학교 등에서 송파산대놀이를 가르치고 또 가르치겠다”며 “유네스코에 등재된 탈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더 높아져, 미래 한국 탈춤을 책임질 전승자가 많이 모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