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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경 사회적협동조합 행복플러스 대표가 1일 경기도 고양시 현천동에 있는 양곡 창고에서 배달하고 있는 쌀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합기도 ‘사부님’에서 수급자로 전락
자활센터 배송으로 삶의 희망 쌓아
정부 양곡 배송 데이터베이스 구축
앞으로 유통과 외식산업에도 진출
“합기도 체육관 4곳을 운영했어요. 집도 두 채나 있었고, 체육관 차량을 포함해 차도 5대나 있었습니다. 후배에게 명의를 빌려준 뒤 1년 사이에 모든 걸 다 날리고 바닥으로 내려앉았죠.”
임시경(54) 사회적협동조합 행복플러스 대표는 합기도 7단으로 한때 잘나가던 ‘사부님’이었다. 지금도 서대문구 주변에 있는 합기도 체육관 사범 중에는 임 대표의 제자가 꽤 많다. 하지만 2009년 후배에게 명의를 빌려주면서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앉는 고통을 맛봤다. 그래도 부인과 아이 셋을 책임져야 할 40대 초반의 가장이라서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1일 경기도 고양시 현천동에 있는 행복플러스 양곡 창고에서 만난 임 대표는 멋쩍은 듯 당시를 회상했다.
“이웃 사람들이 알려줘서 자활센터에 왔어요. 자활센터에서 일하겠다는 조건으로 수급자가 된 거죠.” 임 대표는 이웃의 도움으로 고통스러운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바닥’을 다졌다. 2010년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고, 12월 서대문구 자활센터에서 정부 양곡 배송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삶의 의욕을 되살렸다. “양곡 배송을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멋모르고 그냥 하겠다고 했죠.”
임 대표는 2011년 12월 시범사업을 시장진입형 자활 근로사업단으로 전환한 뒤 2014년 3월4일 행복플러스를 설립해 독립했다. “처음에는 3년만 하고 안 하려고 생각했어요. 원래 제가 했던 일을 하고 싶었죠. 그런데 일하다보니 벌써 10년 넘게 흘렀어요.” 행복플러스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만든 회사로, 현재 정부 양곡과 학교 급식용 양곡을 배송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서대문구 인정 자활기업으로 올해 3월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행복플러스는 설립 당시 5명이던 직원 수가 현재 12명으로 늘어났는데, 이 중에서 취약계층 직원이 10명이다. 2014년 1억원이던 매출액은 2023년 5억6천만원으로 10년 사이에 560%로 늘어났다. 매년 평균 19%의 성장세를 이어온 셈이다. “정부 양곡만 배송해서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못 줘요. 더구나 일자리를 계속 늘려가는 데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학교 급식용 쌀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행복플러스는 2015년부터 학교 급식용 양곡을 배송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대문구에서만 하다가 서울시 15개 자치구로 범위를 넓혔다. 취약계층 직원을 고용해 안정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고 소득을 늘려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그에 걸맞은 소득 보장이 필요해서다. 임 대표는 “자활센터에서 만든 기업이 학교 급식용 쌀을 배송하는 곳은 전국에서 저희밖에 없다”며 “늘어난 매출로 직원 급여를 올려줘 장기 근속자 모두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엉터리 주소와 전화번호가 많아서 배달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정부 양곡을 배송하려면 정확한 주소와 전화번호가 필요한데,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내주는 주소와 전화번호만으로는 늘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공공기관에서 주는 주소와 전화번호는 30% 가까이 틀려요.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전국이 다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알아서 배송하라는 거죠.” 행복플러스는 고심 끝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부 양곡 배송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임 대표는 “직원들이 발로 뛰며 알아온 주소와 전화번호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며 “이후부터 잘못 배송하는 경우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행복플러스는 2023년 12월 보건복지부와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이 주관한 자활사업 성과대회에서 전국 최우수 자활기업상을 받았다. 전국 최초로 정부 양곡 배송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행복플러스는 직원들에게 성과급, 장기근속 수당, 생일축하금, 금연 수당 등 다양한 수당을 지급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2018년 하반기부터 업무 성과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성과급제’를 도입했는데 반응이 좋다. 임 대표는 “직원들의 의욕을 높이려고 시작했지만, 모두 열심히 하고 좋아해 다행스럽다”고 했다. “직원 중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몇 명 있어요. 서로 형, 동생처럼 지내면서 살아가는 얘기를 많이 해주고 하니, 마음이 편해졌는지 약도 끊고 많이 좋아졌어요. 이번에는 담배까지 끊어서 금연 수당을 줬습니다.” 행복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금연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금연 수당 100만원을 줬고, 앞으로 금연을 시작하는 직원에게는 200만원을 준다. 임 대표는 배달 차량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정부 양곡 배송 기업에서 배달에 사용하는 차량이 영업용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불법 영업에 대한 민원이 계속 제기됩니다.” ‘영업용 번호판’은 정부가 2004년부터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신규 번호판 발급을 중단했다. 필요하면 허가받은 번호판을 구매해야 하는데, 워낙 수요가 많아 사기가 만만치 않다. 임 대표는 “애초 자활기업을 독립시킬 때 영업용 번호판을 줘서 내보내야 하는데 정부에 그런 여력이 없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행복플러스는 ‘공생’을 최우선 가치로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 확장을 추구한다. 앞으로 세계 최고의 협동조합 사례로 손꼽히는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처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유통(판매)사업과 외식산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1단계로 양곡 및 농산물 유통 플랫폼 ‘행복이네 곳간’을 준비하고 있다. 임 대표는 “나눠주는 것을 좋아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자활기업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임 대표는 2011년 12월 시범사업을 시장진입형 자활 근로사업단으로 전환한 뒤 2014년 3월4일 행복플러스를 설립해 독립했다. “처음에는 3년만 하고 안 하려고 생각했어요. 원래 제가 했던 일을 하고 싶었죠. 그런데 일하다보니 벌써 10년 넘게 흘렀어요.” 행복플러스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만든 회사로, 현재 정부 양곡과 학교 급식용 양곡을 배송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서대문구 인정 자활기업으로 올해 3월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행복플러스는 설립 당시 5명이던 직원 수가 현재 12명으로 늘어났는데, 이 중에서 취약계층 직원이 10명이다. 2014년 1억원이던 매출액은 2023년 5억6천만원으로 10년 사이에 560%로 늘어났다. 매년 평균 19%의 성장세를 이어온 셈이다. “정부 양곡만 배송해서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못 줘요. 더구나 일자리를 계속 늘려가는 데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학교 급식용 쌀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행복플러스는 2015년부터 학교 급식용 양곡을 배송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대문구에서만 하다가 서울시 15개 자치구로 범위를 넓혔다. 취약계층 직원을 고용해 안정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고 소득을 늘려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그에 걸맞은 소득 보장이 필요해서다. 임 대표는 “자활센터에서 만든 기업이 학교 급식용 쌀을 배송하는 곳은 전국에서 저희밖에 없다”며 “늘어난 매출로 직원 급여를 올려줘 장기 근속자 모두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엉터리 주소와 전화번호가 많아서 배달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정부 양곡을 배송하려면 정확한 주소와 전화번호가 필요한데,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내주는 주소와 전화번호만으로는 늘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공공기관에서 주는 주소와 전화번호는 30% 가까이 틀려요.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전국이 다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알아서 배송하라는 거죠.” 행복플러스는 고심 끝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부 양곡 배송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임 대표는 “직원들이 발로 뛰며 알아온 주소와 전화번호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며 “이후부터 잘못 배송하는 경우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행복플러스는 2023년 12월 보건복지부와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이 주관한 자활사업 성과대회에서 전국 최우수 자활기업상을 받았다. 전국 최초로 정부 양곡 배송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행복플러스는 직원들에게 성과급, 장기근속 수당, 생일축하금, 금연 수당 등 다양한 수당을 지급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2018년 하반기부터 업무 성과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성과급제’를 도입했는데 반응이 좋다. 임 대표는 “직원들의 의욕을 높이려고 시작했지만, 모두 열심히 하고 좋아해 다행스럽다”고 했다. “직원 중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몇 명 있어요. 서로 형, 동생처럼 지내면서 살아가는 얘기를 많이 해주고 하니, 마음이 편해졌는지 약도 끊고 많이 좋아졌어요. 이번에는 담배까지 끊어서 금연 수당을 줬습니다.” 행복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금연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금연 수당 100만원을 줬고, 앞으로 금연을 시작하는 직원에게는 200만원을 준다. 임 대표는 배달 차량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정부 양곡 배송 기업에서 배달에 사용하는 차량이 영업용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불법 영업에 대한 민원이 계속 제기됩니다.” ‘영업용 번호판’은 정부가 2004년부터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신규 번호판 발급을 중단했다. 필요하면 허가받은 번호판을 구매해야 하는데, 워낙 수요가 많아 사기가 만만치 않다. 임 대표는 “애초 자활기업을 독립시킬 때 영업용 번호판을 줘서 내보내야 하는데 정부에 그런 여력이 없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행복플러스는 ‘공생’을 최우선 가치로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 확장을 추구한다. 앞으로 세계 최고의 협동조합 사례로 손꼽히는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처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유통(판매)사업과 외식산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1단계로 양곡 및 농산물 유통 플랫폼 ‘행복이네 곳간’을 준비하고 있다. 임 대표는 “나눠주는 것을 좋아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자활기업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