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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여성 시니어 밴드 ‘엔젤큐’는 동선동 주민자치회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활동 5년 차를 맞았다. 50~70대
8명이 권영현 단장의 지도를 받아 개별과 합주 연습을 하며, 지역 복지관과 요양원 등에서 나눔 공연을 한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재숙·유현복·김영숙·김숙자·송경옥·송남경·안혜연씨.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자치회 프로그램으로 2019년 시작
50~70대 8명이 지도받고 연습하며
복지관, 요양원 등 나눔 공연 펼쳐
“위로·희망의 메시지 전하고 싶어”
성북구에서 음악으로 인생 2막을 열며 나눔 활동에 나선 여성 시니어 밴드 ‘엔젤큐’가 활동 5년 차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 50~70대 8명이 젊은 시절 꿈꾸던 악기 연주를 배워 복지관과 요양원 등을 찾아 공연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관절, 허리 등 여기저기 아프지만 용기 내 악기를 배우고 연주해보니 삶의 의욕이 생기고, 2막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엔젤큐는 2019년 동선동의 주민자치회에서 시작됐다. 음악 감독과 작곡 등 음악 관련 일을 40여년 해온 권영현(60) 단장이 동선동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참여하며 음악 배우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권 단장은 “음악을 좋아하는 주민들이 동네에서 악기를 배우고 함께 활동할 수 있었으면 했다”며 “2막 인생을 살면서 뭔가를 해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싶은 뜻도 있었다”고 했다.
15일 오후 삼선동 연습실에는 멤버 7명이 모였다. 건반의 이광순씨가 건강이 좋지 않아 빠졌다. 그간 개인 사정이나 건강 문제로 멤버들이 들고 나며 부침이 있었다. 드럼의 송재숙(73), 기타의 유현복(69), 베이스 기타의 안혜연(55), 건반의 김숙자(63)씨는 원년 멤버이고 보컬의 송남경(53), 건반의 김영숙(65), 베이스의 송경옥(64)씨 3명은 최근 참여한 멤버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연습실에서 만나 권 단장의 지도를 받고 합주 연습을 한다.
멤버 대부분은 음악을 좋아하지만 악기를 제대로 배워 합주하는 건 처음인 초보자들이다. 왕언니인 송재숙씨는 노래 부르고 듣기를 좋아하지만 악보 보는 건 처음 해봤다. 초기에는 악보를 보고 그리는 연습부터 했다. 송씨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해 하루 서너 시간씩 집에서 악보를 그리고 드럼 연습을 하면서 열심히 했다”며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게 느껴지니 자신감도 붙었다”고 했다. 젊어서부터 음악을 일이나 취미로 활동해온 이들도 있다. 안혜연씨는 남편인 권영현 감독이 주민자치회 프로그램을 만들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안씨는 김숙자씨와 함께 중랑구 우림시장의 우밴드에서 활동했는데 8년 전 성북구로 이사 와서는 밴드 활동을 할 여건이 되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 안씨는 “밴드 활동을 다시 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살아온 길은 다르지만, 모두 음악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몸이 아프더라도 집에서 하는 연습은 거의 쉬지 않는다. 소리가 덜 나게 바닥엔 매트를 깔고, 노래는 이어폰으로 들으며 두세 시간씩 하는 건 기본이다. 보컬을 맡은 송남경씨는 집 근처 산에 가서 두어 시간 발성 연습을 한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유현복씨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다보니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며 “몸은 힘들지만, 좋아하는 활동이라서인지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 멤버의 건강은 밴드 활동에 가장 큰 변수이다. 나이가 들면서 소소하게 다치거나 아픈 경우가 왕왕 있다. 유현복씨는 기타 연주를 위해 손톱을 짧게 깎다 살집이 잘려 연습에 지장이 많았다. 그동안 나름 체력 관리를 잘해왔던 송재숙씨는 지난 연말 공연 참관을 갔다 낙상해 서너 달 요양해야 했다. 눈이 침침해지면서 악보가 잘 보이지 않아 김영숙씨는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했다. 안혜연씨는 “모두 조심하는데도 몸을 다치는 일이 생기면 (연습을 못해) 속상해들 한다”고 전했다. 안씨 역시 김장 봉사를 하다 손가락을 깊게 베여 최근 두어 달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엔젤큐는 올해 첫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앨범엔 권영현 단장의 자작곡 6곡이 담길 예정이다. 타이틀 곡 ‘2막 인생’에는 멤버 송재숙씨의 인생 이야기가 가사로 녹여져 있다. 멤버들의 건강 문제로 연습이 늦어지고 있지만 모두 꼭 해내자는 의지를 보인다. 멤버들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앨범을) 꼭 내고 싶다”고 입 모아 말했다. 앞으로 밴드 활동에 대한 바람은 무지개처럼 ‘7인 7색’이다. 열심히 연습해 성북구를 대표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거나,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공연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밴드가 됐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즐겁게 ‘띵까띵까’ 하며 발전해가는 모임이 됐으면 하는 마음과 화합이 잘돼 좋은 분위기에서 오래오래 음악 활동을 이어갔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2막 인생을 맞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주위에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지인이 많지만, 실행에 옮기는 이는 적다. 멤버들은 “오늘이 남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용기 내 시작하라”며 “건강과 체력에 맞춰 힘들 때 쉬면서 무리하지 말고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멤버 대부분은 음악을 좋아하지만 악기를 제대로 배워 합주하는 건 처음인 초보자들이다. 왕언니인 송재숙씨는 노래 부르고 듣기를 좋아하지만 악보 보는 건 처음 해봤다. 초기에는 악보를 보고 그리는 연습부터 했다. 송씨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해 하루 서너 시간씩 집에서 악보를 그리고 드럼 연습을 하면서 열심히 했다”며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게 느껴지니 자신감도 붙었다”고 했다. 젊어서부터 음악을 일이나 취미로 활동해온 이들도 있다. 안혜연씨는 남편인 권영현 감독이 주민자치회 프로그램을 만들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안씨는 김숙자씨와 함께 중랑구 우림시장의 우밴드에서 활동했는데 8년 전 성북구로 이사 와서는 밴드 활동을 할 여건이 되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 안씨는 “밴드 활동을 다시 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살아온 길은 다르지만, 모두 음악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몸이 아프더라도 집에서 하는 연습은 거의 쉬지 않는다. 소리가 덜 나게 바닥엔 매트를 깔고, 노래는 이어폰으로 들으며 두세 시간씩 하는 건 기본이다. 보컬을 맡은 송남경씨는 집 근처 산에 가서 두어 시간 발성 연습을 한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유현복씨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다보니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며 “몸은 힘들지만, 좋아하는 활동이라서인지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 멤버의 건강은 밴드 활동에 가장 큰 변수이다. 나이가 들면서 소소하게 다치거나 아픈 경우가 왕왕 있다. 유현복씨는 기타 연주를 위해 손톱을 짧게 깎다 살집이 잘려 연습에 지장이 많았다. 그동안 나름 체력 관리를 잘해왔던 송재숙씨는 지난 연말 공연 참관을 갔다 낙상해 서너 달 요양해야 했다. 눈이 침침해지면서 악보가 잘 보이지 않아 김영숙씨는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했다. 안혜연씨는 “모두 조심하는데도 몸을 다치는 일이 생기면 (연습을 못해) 속상해들 한다”고 전했다. 안씨 역시 김장 봉사를 하다 손가락을 깊게 베여 최근 두어 달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엔젤큐는 올해 첫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앨범엔 권영현 단장의 자작곡 6곡이 담길 예정이다. 타이틀 곡 ‘2막 인생’에는 멤버 송재숙씨의 인생 이야기가 가사로 녹여져 있다. 멤버들의 건강 문제로 연습이 늦어지고 있지만 모두 꼭 해내자는 의지를 보인다. 멤버들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앨범을) 꼭 내고 싶다”고 입 모아 말했다. 앞으로 밴드 활동에 대한 바람은 무지개처럼 ‘7인 7색’이다. 열심히 연습해 성북구를 대표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거나,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공연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밴드가 됐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즐겁게 ‘띵까띵까’ 하며 발전해가는 모임이 됐으면 하는 마음과 화합이 잘돼 좋은 분위기에서 오래오래 음악 활동을 이어갔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2막 인생을 맞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주위에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지인이 많지만, 실행에 옮기는 이는 적다. 멤버들은 “오늘이 남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용기 내 시작하라”며 “건강과 체력에 맞춰 힘들 때 쉬면서 무리하지 말고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