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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는 ‘소아당뇨 인식개선을 위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양천구 구립 신나는어린이집 아이들이 혈당검사를 받는 모습. 양천구 제공
“예은아, 손 한번 줘보세요. 따끔해요.” 양천구 보건소에서 나온 간호사가 작은 바늘로 예은(5)이의 손끝을 조심스럽게 찌른다. 예은이의 작은 어깨가 움찔한다. “괜찮지? 피 멈추게 뽀로로 반창고 붙이자.” 잔뜩 긴장했던 예은이는 따갑다면서도 헤헤 웃는다.
지난달 24일 오전, 양천구 구립 신나는어린이집에서는 소아당뇨 검사가 있었다. 부모가 검사를 신청한 아이들 49명이 참여했다. 간호사 3명이 아이들을 달래가며 손끝에 피를 내, 당뇨측정기에서 혈당 수치를 확인해 기록한다. 유치원 교사들은 검사 결과를 소아당뇨 안내책자에 따로따로 기록해 통신문과 함께 부모에게 전달한다.
양천구는 지난해부터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소아당뇨 검사를 해오고 있다. 2014년 6월부터 시행된 ‘양천구 소아당뇨 인식개선을 위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아동의 소아당뇨를 미리 검사하고 발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소아당뇨 관련 조례는, 전국에서 양천구가 처음이다. 대표 발의한 나상희 양천구의원(자유한국당)은 “소아당뇨의 조기 발견 필요성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소아당뇨를 일찍 발견해 제대로 관리하고, 나아가서는 예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제안했다”고 한다.
흔히 당뇨는 어른들이 걸리는 병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아이들도 당뇨병에 걸린다. 당뇨병에는 1형과 2형이 있는데, 소아당뇨는 대부분 1형이다. 췌장 세포가 손상되어 몸에서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다. 1형 당뇨의 경우 80년대 들어 보고되기 시작해, 의료진도 임상 경험이나 연구 자료가 많지 않다.
최근 1형 당뇨로 치료를 받는 18살 이하 어린이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0년 치(2006~2015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4076명에서 5338명으로 31% 늘어났다. 소아당뇨 환자는 평생 인슐린을 맞으면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혈당의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10여차례 혈당 검사를 해야 하며 인슐린 주사를 4번쯤 맞아야 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소아당뇨 아이들은 학교 화장실에서 스스로 주사하고 혈당검사를 한다. 보건실이 교실에서 먼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이다. 부모나 의사가 괜찮은 거라며 숨기지 말고 맞으라 해도 자라나는 아이들은 싫고 창피한 일로 여기곤 한다. 게다가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인 보건교사는 의사의 처방 없이는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없다. 복지부가 지난 4월 학부모의 동의만 있으면 보건교사가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놨지만 교사들은 책임 문제로 여전히 꺼리고 있다.
양천구는 지난해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아동 1500여명에게 혈당검사를 했고, 올해 5월까지는 약 500명의 검사를 했다. 지역의 초·중·고등학교 보건교사 대상의 인식개선 교육은 2015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소아당뇨의 기본 개념, 간호와 대처법을 설명한다. 소아당뇨가 몹쓸 병이나 전염병이 아니라는 점, 당뇨 아이들이 어지러워하고 식은땀을 흘리면 과일주스 등 저혈당 간식을 줘야 하고 식이요법, 운동을 꾸준히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점 등을 알린다.
소아당뇨 치료비가 부담되는 취약계층에게는 의료비도 지원한다. 본인부담금 1인 최대 30만원으로, 지난해 양천구는 2명의 아이에게 소아당뇨 의료비를 지원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소아당뇨 아이들이 심리적·사회적 어려움을 덜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소아당뇨 환자가 유치원이나 학교 등에서 도움을 받아 혈당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서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영유아 보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공포되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노웅래 국회의원 등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보건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편 소아당뇨 환자가 유치원이나 학교 등에서 도움을 받아 혈당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서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영유아 보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공포되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노웅래 국회의원 등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보건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소아당뇨 지원 조례 주요 내용
•소아당뇨와 소아당뇨 환우에 대한 인식개선 위한 시책 마련
•소아당뇨 관리 계획(교육·홍보·캠페인, 조기 발견 위한 검사)을 수립해 시행
•소아당뇨 인식개선 위한 지역사회 협력 체계 구축과 활성화
•소아당뇨 관리에 필요한 통계 정보 수집·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