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 농사짓자

풀들이 지천이니 밥상도 풍성

등록 : 2016-05-26 15:45 수정 : 2016-05-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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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아주나물무침

5월 말인데도 한여름 날씨다. 그 기운을 받아 채소들과 함께 온갖 풀들이 우후죽순 자란다. 풀들의 맹렬한 기세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찬찬히 살펴보면 그런 풀들 중에는 초여름 달아난 입맛을 되살려 줄 먹거리가 풍성하다.

이즈음 마늘밭에는 명아주가 제법 자랐다. 그냥 놔두면 마늘보다 웃자라 햇빛을 가린다. 그렇게 자라기 전까지는 뽑아 버리지 않아도 된다. 여린 윗순을 꺾어, 살짝 데쳐서 물을 꼭 짜낸 뒤 된장이나 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치면 나물 반찬으로 그만이다. 시금치가 아쉽지 않다. 지난해 심은 시금치에 꽃대가 올라왔다고 버려 둬선 안 된다. 씨 받을 것을 제외하고는 삶아서 말려 두면 좋은 묵나물이 된다. 때마다 살짝 삶아서 볶아 내면 맛난 반찬이 된다.

고랑에 의젓하게 버티고 있는 왕고들빼기는 쌈채로 손색없고, 김치로 담가 먹기에도 좋다. 소금에 절여 하루 쓴맛을 우린 뒤 열무김치처럼 담그면 여름내 밥맛을 돋워 준다. 기를 살리는 데 비닐하우스 열무로 담근 김치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어른 손바닥만큼 자란 민들레 잎도 김치 담그듯 담글 수 있다. 매실액과 식초 넣고 무쳐, 비빔국수에 넣어 먹을 수도 있다.

아직은 개망초 여린 순도 먹을 만하다. 순을 데쳐 물에 한나절 담가 두면 쓴맛이 빠진다. 고추장에 참기름으로 무친 것은 나물 반찬으로 먹고, 된장에 무친 것은 국을 끓이거나, 생선 조릴 때 밑에 깔면 생선보다 나물에 젓가락이 먼저 간다. 소화에도 그만이다.

여름 반찬에 많이 쓰이는 나물이 부추다. 겨울을 이긴 부추이니 기운이 남다르다. 오이소박이나 부추전, 부추양념장과 부추나물에도 쓰이지만, 다른 풀들과 함께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 민들레나 상추 어린순에 부추 썰어 넣어 겉절이를 한다. 겉절이 하지 않고 한 접시 정도 남겨둔 재료들에다 간장에 매실 엑기스 넣고 들깻가루 듬뿍 넣어 걸쭉하게 만든 소스를 만들어 그 위에 뿌리고, 토마토를 올리면 누구도 생각 못한 풀부추샐러드가 된다. 상큼하고 고소해서 에피타이저로 그만이다.

이른 봄 다소곳하면서 기품 있는 꽃이 피는 종지나물은 오월 중순에서 유월까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을 뜯어 무쳐 먹으면 된다. 구수하고 입에 찰싹 붙는 맛이 일품이다. 아욱국처럼 된장 넣고 끓여도 좋다.

도시 농부들의 장터 마르셰가 한달에 세번 서울 동숭동, 명동 등에서 선다. 지난해부터 아이들과 텃밭에서 나는 풀들로 야생초김밥을 말아 장에 내놓고 있다. 처음에는 팔릴까 걱정도 했지만, 뜻밖에 인기가 많아 매번 ‘완판’했다. 아이들은 용돈이 생겨 신나지만 무엇보다 농사 교육도 받고, 진짜 농부를 보고 배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주말에는 애들과 야생초김밥을 말러 소풍 가야겠다. “얘들아 나물 뜯으러 가자.”


사진 맹추네 농장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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