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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 변기 40%는 동양식

서울시교육청 화장실 실태조사 결과 “가기 싫은 곳” 이미지 여전

등록 : 2016-06-16 15:17 수정 : 2016-06-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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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곰

지난 4월 서울시 교육정책담당관실에 편지가 두 통 배달됐다. 서울시 ‘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 함께 꿈’ 사업으로 지난해 낡은 화장실을 새단장한 동일여상의 학생 대표들이 고마움을 담아 보낸 손편지다.  

“화장실이 개선되기 전에는 너무 좁고 불편했는데 여학생들이 좋아하도록 예쁘게 만들어져서 편리하고,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선생님들께서도 교사 화장실이 잘 만들어져서 너무너무 만족스러워하십니다.”(총학생회장 함주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지에도 저희 화장실 사진이 올라가는 등 많은 분들이 예쁜 화장실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귀하고 큰 선물을 주신 만큼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꾸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총학생부회장 이다희)  

이 부회장의 말처럼 동일여상 학생들에게 새 화장실은 ‘귀하고 큰 선물’이다. 화장실이 편하고 가까운 존재로 탈바꿈하자 학교 생활의 만족감도 커졌다. 그렇지만 동일여상의 변화는 서울 시내 많은 학교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이다. 낡고 청결하지 않은 화장실이 주는 불편함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미 집에서 보편화된 서양식 변기가 아닌 동양식 변기를 써야 하는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대표적인 경우다. 서울 미동초등학교 6학년 이지수양은 “동양식 변기는 쪼그려 앉는 게 힘들고, 물을 내릴 때 밖으로 튀거나 새서 더럽다”고 말했다. 여섯살 난 딸아이를 둔 주부 김수정(35·강서구 가양동)씨는 “가끔 동양식 변기가 설치된 화장실을 갈 때면 아이가 어떻게 앉아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앉아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한다. 동양식 변기가 있는 학교가 많다던데, 화장실을 보고 학교를 골라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학교에 동양식 변기라니? 이런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실상은 ‘여전히 그렇다’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서울 초·중·고교 1309곳의 전체 변기 11만3799개 중에서 서양식 변기는 6만6507개(58.4%)인 것으로 집계됐다. 41.6%에 해당하는 4만7022개는 동양식 변기였다. 더구나 초등학교 616곳 가운데 서양식 변기 설치율이 30% 이하인 학교가 156곳이나 됐다. 이런 실정과는 반대로 초등학생 290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서양식 변기를 선호하는 어린이가 ‘10명 중 8명’에 가까운 78.7%로 나타났다.  

학생들에게 학교 화장실은 어둡고 삭막하고 획일적이며 가기 싫은 곳이다. 학교에서 가장 불편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도 화장실 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2014년 10월 시작한 ‘함께 꿈’ 사업을 통해 지난해 175개 학교의 화장실을 고친 데 이어, 올해에는 334억원을 들여 265개 학교의 화장실을 새단장하고 있다. 서둘러 ‘볼일’만 보는 곳에서 쾌적하고 여유로운 쉼터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초등학교의 동양식 변기를 서양식 변기로 교체하고, 32%에 불과한 양치 실천율을 높이기 위해 양치시설을 설치하며, 여성 변기의 비율을 확대하는 것 등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특히 서울 시내 모든 학교의 동양식 변기를 학교 구성원들이 원할 경우 2018년까지 모두 서양식 변기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시민과 기업이 학교 화장실 개선에 함께하는 다양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네티즌 모금 서비스인 ‘다음(Daum) 희망해’를 통해 네티즌의 후원을 받아 서울 길동초등학교 화장실을 개선한 것이 좋은 사례다. 이 캠페인은 네티즌이 화장실 개선 필요성에 공감해 클릭을 하면 후원금이 적립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모두 7만9950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아이에스(IS)동서 4억원, 대보세라믹스 8000만원 등 민간기업의 도움도 받았다. 서울시는 민간 협력 강화를 위해 지난 4월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울시는 함께 꿈 사업의 기획과 업무 총괄 등을 담당하고,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는 민간 협력 등의 사업 재원 마련을 맡는다. 배형우 서울시 교육정책담당관은 “학교 꿈 사업으로 위생 환경을 개선하고, 화장실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권 선임기자, 윤지혜 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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