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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일 동작나들가게협동조합 상무이사가 11일 자신이 운영하는 상점 해피마트 앞에서 자체상품인 ‘동네명작’쌀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금 당장 조합을 그만둬도 ‘따불’ 가지고 가는 겁니다. 내일 조합 해산해도 남죠.”
김수일(53) 동작나들가게협동조합 상무이사는 11일 자신이 운영하는 동네슈퍼 ‘해피마트’에서 “동네슈퍼 32곳이 3년 전 출자금 1200만원을 내 만든 조합 자본금이 지금은 2천만원 정도로 늘어났다”고 자랑했다. 동작나들가게협동조합이 이만큼 자본금을 늘린 데는 자체상품 ‘동네명작’을 만들어 판매한 효과가 컸다.
동작나들가게협동조합은 동작구에 있는 ‘나들가게’들이 모여 만들었다. ‘나들가게’는 중소기업청이 2010년 대형 할인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는 동네슈퍼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나들가게사업에 참여한 점포를 말한다.
동작구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중소벤처기업부의 ‘나들가게 육성 선도지역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소외된 동네슈퍼의 자생력을 키우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했다. 구는 3년 동안 국비 5억1200만원을 들여 동네슈퍼 12곳을 리모델링하고 30곳에 경영 개선 지원을 벌였다. 또 나들가게 38곳에 점주 역량 강화 교육과 홍보물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 상무는 “동작구 나들가게들은 집중지원 사업으로 월평균 매출이 20%가량 늘어났다”고 했다.
구는 2018년 나들가게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군산 대야농협에서 공급받은 쌀로 자체상품(PB) ‘동네명작’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 상무는 구청과의 협업, 조합원과의 소통 등을 비롯해 자신이 거래하던 대야농협에서 안정적으로 쌀을 공급받는 일과 쌀을 다시 포장해서 배송하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
“대야농협에서 온 쌀을 1㎏, 2㎏, 4㎏ 등 소분량으로 일일이 나눠 포장하는 게 제일 큰 일이었죠.”
김 상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작구에서 나온 지원금 1천만원으로 소형 포장기계를 구매했다. 하지만 많지 않은 물량을 포장하려고 사람을 들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생업이 바쁜 조합원들이 직접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안이 소분업자에게 포장기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대신 대야농협에서 올라온 쌀을 포장하는 일을 맡겼다. 소분업자인 드림팜 사장은 무료로 포장기계를 사용할 수 있어 좋고, 조합은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포장할 수 있게 돼 좋았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윈윈’ 구조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네명작’은 4㎏짜리 한 포대에 1만6천원에 판다. 품질 좋은 경기미가 1만4천원에 팔리는 데 견줘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대야농협에서 공급받은 쌀은 품질과 맛이 1년 내내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쌀의 품질은 품종뿐만 아니라 도정과 보관 방법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나죠. 대야농협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우수한 도정 기계를 사용하고 보관 공정도 뛰어나 품질을 1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하지만 다른 곳은 수확한 뒤 몇 달만 지나면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동작나들가게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동네명작’은 월 매출이 1200만원, 매년 조합에서 얻는 이익이 한 해 600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사실 쌀장사가 이 정도 팔면 굶어죽기 딱 알맞죠.” 김 상무는 조합이 사회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해서 크게 수익을 내려고 집착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동네슈퍼가 쌀을 팔아 이익을 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동네슈퍼에서 만든 자체상품 중에서 ‘동네명작’만큼 지속성이 있는 아이템이 없죠. 우리는 손해 보지 않고 적지만 매달 꾸준히 수익을 내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작구는 그동안 자체상품 개발을 위한 브랜드 컨설팅 비용과 소분기계 구매비를 지원했다. 구는 지난해 나들가게 지원사업이 종료됐지만, 나들가게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 1년 더 자체상품 활성화 지원 사업을 한다. 이를 통해 조합에서 사용하는 소형 쌀 포장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라면, 커피, 세제 등은 세일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동네명작’은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세일 아이템이죠. 고급화해놓은 상품 가격을 떨어뜨리면 그만큼 세일 효과가 크죠. 구청 지원을 받아 마진 남기지 않고 팔 겁니다.” 동작구 나들가게 38곳은 6월15~19일 5일간 공동세일전을 개최한다. 1만6천원에 판매하던 ‘동네명작’ 4㎏짜리 한 포를 1만2천원에 팔고 구매 고객에게는 2천원 상당 사은품도 지급한다. 또 조합은 6월26일~7월12일 2주 동안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대한민국 동행세일’에도 동참한다. 김 상무는 나들가게가 규모가 작아 상품을 발굴하고 공급받는 데 힘이 든다며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좀더 싼값에 상품을 납품받아야 하는데, 나들가게에서 공동구매를 해도 규모가 작아 힘이 실리지 않는다”며 “200평 규모의 동네슈퍼 5개 정도만 모여도 제조업체와 협상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나들가게는 40평 이하로 제한돼 많이 모여도 큰 힘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동작나들가게협동조합은 앞으로 ‘동네명작’ 품목을 견과류와 건어물 등으로 확대해갈 계획이다. 김 상무는 “나들가게 지원 효과를 많이 봤다”며 “앞으로 이런 지원이 더욱 강화돼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동네슈퍼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렇게 만들어진 ‘동네명작’은 4㎏짜리 한 포대에 1만6천원에 판다. 품질 좋은 경기미가 1만4천원에 팔리는 데 견줘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대야농협에서 공급받은 쌀은 품질과 맛이 1년 내내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쌀의 품질은 품종뿐만 아니라 도정과 보관 방법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나죠. 대야농협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우수한 도정 기계를 사용하고 보관 공정도 뛰어나 품질을 1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하지만 다른 곳은 수확한 뒤 몇 달만 지나면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동작나들가게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동네명작’은 월 매출이 1200만원, 매년 조합에서 얻는 이익이 한 해 600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사실 쌀장사가 이 정도 팔면 굶어죽기 딱 알맞죠.” 김 상무는 조합이 사회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해서 크게 수익을 내려고 집착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동네슈퍼가 쌀을 팔아 이익을 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동네슈퍼에서 만든 자체상품 중에서 ‘동네명작’만큼 지속성이 있는 아이템이 없죠. 우리는 손해 보지 않고 적지만 매달 꾸준히 수익을 내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작구는 그동안 자체상품 개발을 위한 브랜드 컨설팅 비용과 소분기계 구매비를 지원했다. 구는 지난해 나들가게 지원사업이 종료됐지만, 나들가게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 1년 더 자체상품 활성화 지원 사업을 한다. 이를 통해 조합에서 사용하는 소형 쌀 포장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라면, 커피, 세제 등은 세일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동네명작’은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세일 아이템이죠. 고급화해놓은 상품 가격을 떨어뜨리면 그만큼 세일 효과가 크죠. 구청 지원을 받아 마진 남기지 않고 팔 겁니다.” 동작구 나들가게 38곳은 6월15~19일 5일간 공동세일전을 개최한다. 1만6천원에 판매하던 ‘동네명작’ 4㎏짜리 한 포를 1만2천원에 팔고 구매 고객에게는 2천원 상당 사은품도 지급한다. 또 조합은 6월26일~7월12일 2주 동안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대한민국 동행세일’에도 동참한다. 김 상무는 나들가게가 규모가 작아 상품을 발굴하고 공급받는 데 힘이 든다며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좀더 싼값에 상품을 납품받아야 하는데, 나들가게에서 공동구매를 해도 규모가 작아 힘이 실리지 않는다”며 “200평 규모의 동네슈퍼 5개 정도만 모여도 제조업체와 협상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나들가게는 40평 이하로 제한돼 많이 모여도 큰 힘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동작나들가게협동조합은 앞으로 ‘동네명작’ 품목을 견과류와 건어물 등으로 확대해갈 계획이다. 김 상무는 “나들가게 지원 효과를 많이 봤다”며 “앞으로 이런 지원이 더욱 강화돼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동네슈퍼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