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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H공사의 입주자 모집 공고
‘다름’ 받아들일 준비 세세하게 물어
공동체 생활, 서로 다름 확인에서 시작
반상회 열기, 분과 정하기도 힘들고
앞장서는 이, 지켜보는 이, 성격도 달라
그러나 꾸준한 대화 시도가 변화 불러
하자 보수와 공간 정체성 형성 문제로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연습 진행 독서모임, 텃밭모임, 고양이 집사 모임 SNS에 담아내면서 서로 이해 높여가
그러나 꾸준한 대화 시도가 변화 불러
하자 보수와 공간 정체성 형성 문제로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연습 진행 독서모임, 텃밭모임, 고양이 집사 모임 SNS에 담아내면서 서로 이해 높여가
냥코하우스 2층에 마련된 커뮤니티룸. 이곳에서 입주자들은 ‘다름’을 극복할 ‘소통’을 한다.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린다. 고양이 홈즈를 키우는 앞집 ‘홈즈 집사님’이 보낸 메시지다. “앞주머니에 고구마와 두유 좀 넣어 두었어요!” 현관 문고리에 걸어둔 쇼핑백을 들여다보니 신문지로 만든 종이봉투에 소담스럽게 담긴 고구마와 두유가 반갑게 인사한다. 우리 집의 다음날 아침 메뉴가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고구마와 두유로 결정된다.
‘다름’에서 시작된 공동체 지난해 하반기 서울주택도시공사(SH) 홈페이지에 올라온 ‘에코커뮤니티하우스’(일명 ‘냥코하우스’) 입주자 모집 공고가 어딘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입주 신청서’ 때문이었다. 서류 제목만 보면 이상할 게 없었지만 채워 넣어야 할 항목 가운데 ‘자기소개서’가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내라니? 지금 하려는 것이 입주 신청인지 입사 지원인지 아리송했다. 질문들은 하나같이 쉽게 답할 수 없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입주하고 싶은 이유를 묻고 있었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다름’을 얼마나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차 대상자로 선정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최종 입주자로 선정된 뒤 진행된 두 번의 사전 워크숍에서도 끊임없이 답해야 했던 질문이었다. 덕분에 입주자 15명은 지금까지도 ‘다름’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첫 번째 다름, ‘시간’ 우리 공동체는 ‘에코커뮤니티하우스’라는 이름에서부터 정체성이 명확했고, 입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그 정체성에 동의했기에 함께 살게 됐다. 그러나 이 공통점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시간’으로 인해 첫 모임에서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반상회 일정을 정하는 것부터 산 넘어 산이었다. 모두 다른 생활 패턴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모두가 쉰다고 생각했던 일요일마저 누군가에게는 일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부터 받아들여야 했다.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있도록 날짜와 시간을 투표에 부쳐 어렵사리 결정된 첫 반상회. 아직 서먹하기만 한 구성원들의 첫 번째 당면 과제는 분과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구성원들은 운영팀, 시설팀 그리고 공동체팀 중 하나의 분과에 참여해야 했고, 활동할 분과와 각 분과를 이끌어갈 지기까지 결정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다름을 확인했다. 누구는 낯을 가리고, 누구는 먼저 앞장서고, 누구는 지켜보고, 누구는 경청하고….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였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첫 반상회를 마쳤다.
두 번째 다름, ‘생각’ 저마다의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른 세 분과에 참여하게 된 우리가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대화’였다. 내가 속한 시설팀은 입주 뒤 건물 내 시설을 확인하고 점검해야 했다. 무엇이 하자 사항이고, 어디까지 보수를 요청해야 하는지 모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화는 이야기보다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채워졌다. 운영팀의 경우는 ‘에코커뮤니티’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어떻게 공유하고 만들어나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팀보다도 많은 대화가 필요한 운영팀 팀원들은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히며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어느 때보다도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공동체팀은 좀 더 재미있게 소통할 방법을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산책부터 식재료 공동 구매, 밑반찬 나눔, 브런치 모임까지 함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꺼내놓았고 실제로 독서모임 ‘동네북’, 함께 텃밭을 꾸리는 ‘옥상텃밭 모임’, 고양이 집사들의 모임 ‘5층의 고양이’ 등 여러 소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시간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는 동안 에코커뮤니티하우스 구성원들은 조금씩 한집에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식구’와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름’에서 시작된 공동체 지난해 하반기 서울주택도시공사(SH) 홈페이지에 올라온 ‘에코커뮤니티하우스’(일명 ‘냥코하우스’) 입주자 모집 공고가 어딘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입주 신청서’ 때문이었다. 서류 제목만 보면 이상할 게 없었지만 채워 넣어야 할 항목 가운데 ‘자기소개서’가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내라니? 지금 하려는 것이 입주 신청인지 입사 지원인지 아리송했다. 질문들은 하나같이 쉽게 답할 수 없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입주하고 싶은 이유를 묻고 있었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다름’을 얼마나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차 대상자로 선정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최종 입주자로 선정된 뒤 진행된 두 번의 사전 워크숍에서도 끊임없이 답해야 했던 질문이었다. 덕분에 입주자 15명은 지금까지도 ‘다름’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첫 번째 다름, ‘시간’ 우리 공동체는 ‘에코커뮤니티하우스’라는 이름에서부터 정체성이 명확했고, 입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그 정체성에 동의했기에 함께 살게 됐다. 그러나 이 공통점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시간’으로 인해 첫 모임에서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반상회 일정을 정하는 것부터 산 넘어 산이었다. 모두 다른 생활 패턴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모두가 쉰다고 생각했던 일요일마저 누군가에게는 일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부터 받아들여야 했다.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있도록 날짜와 시간을 투표에 부쳐 어렵사리 결정된 첫 반상회. 아직 서먹하기만 한 구성원들의 첫 번째 당면 과제는 분과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구성원들은 운영팀, 시설팀 그리고 공동체팀 중 하나의 분과에 참여해야 했고, 활동할 분과와 각 분과를 이끌어갈 지기까지 결정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다름을 확인했다. 누구는 낯을 가리고, 누구는 먼저 앞장서고, 누구는 지켜보고, 누구는 경청하고….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였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첫 반상회를 마쳤다.
두 번째 다름, ‘생각’ 저마다의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른 세 분과에 참여하게 된 우리가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대화’였다. 내가 속한 시설팀은 입주 뒤 건물 내 시설을 확인하고 점검해야 했다. 무엇이 하자 사항이고, 어디까지 보수를 요청해야 하는지 모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화는 이야기보다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채워졌다. 운영팀의 경우는 ‘에코커뮤니티’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어떻게 공유하고 만들어나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팀보다도 많은 대화가 필요한 운영팀 팀원들은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히며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어느 때보다도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공동체팀은 좀 더 재미있게 소통할 방법을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산책부터 식재료 공동 구매, 밑반찬 나눔, 브런치 모임까지 함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꺼내놓았고 실제로 독서모임 ‘동네북’, 함께 텃밭을 꾸리는 ‘옥상텃밭 모임’, 고양이 집사들의 모임 ‘5층의 고양이’ 등 여러 소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시간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는 동안 에코커뮤니티하우스 구성원들은 조금씩 한집에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식구’와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입주자들이 함께 가꾸는 옥상텃밭.
다른 만큼 필요한 배려·표현 ‘연습’
에코커뮤니티하우스 구성원들에게 ‘연습’은 곧 소통이었다. 몇몇 구성원은 연습하면 할수록 소통이라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고 또 소통 자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왜 모두 참여하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반상회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다른 구성원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구성원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함께’로 모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소극적이던 구성원은 왜 더 적극적이지 못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모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를 배려하느라 누군가는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누군가는 오히려 소극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배려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다시 연습하기로 했다. 첫 번째 연습은 ‘앞주머니’를 걸어두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종이 쇼핑백을 현관 문고리마다 걸어두고, 소통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나누고 싶은 물건을 건넬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로는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과 구성원 각자의 일상을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건물 관리 구역을 15곳으로 나눠 모두가 하나의 소임을 맡도록 했다. 그리고 한 달 소임을 마치면 반상회에서 불편한 부분과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구성원들은 알다가도 모를 쓰레기 분리 배출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함께 모은 우유팩을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에 가져다주는 등의 일을 함께 하는 동안 친환경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한편 일상을 나누며 서로에게 한 뼘 더 마음을 열었다.
세 번째로는 에코커뮤니티하우스의 관심사를 한데 모으고, 장차 지역 공동체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SNS에 ‘냥코하우스(@yangchuneco)’ 계정을 만들어 소통하기로 했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활발하진 않지만 사진과 정보가 쌓이는 만큼 ‘냥코하우스’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조금 더 가까워지고 함께하게 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고구마를 손질해두고 냉장고를 뒤진다. ‘홈즈네 집사님’이 무얼 좋아하시더라. 오늘의 냉장고엔 마땅한 것이 없다.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쿠키 가게의 스콘이 맛있던데 내일 퇴근길에는 스콘과 쿠키를 좀 사야겠다. 홈즈네 집사님이라면 얼그레이 쿠키를 좋아하실 거야. 기왕 사는 김에 좀 넉넉히 사서 다른 5층 고양이 식구들과도 좀 나눠야겠다.
입주자들이 각자 요리를 가져와 나눠 먹는 포틀럭 파티.
“주거 불안 1인 청년 가구, 공동체 통해 안정감과 소속감 느껴” 인터뷰 |정윤희 입주자
냥코하우스 입주자인 정윤희(가운데)씨와 최현지(왼쪽)씨가 현장실사를 나온 한국사회주택협회 윤창섭 회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는 주거 지속과 안전에 대해 늘 불안감을 갖는데, 이곳에 입주한 뒤에는 입주자들과의 공동체 형성을 통해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양천구 목동 냥코하우스 입주자인 정윤희씨는 올해 초 입주한 뒤 보낸 지난 1년의 생활이 그 자체가 “주거로 인한 기쁨과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1인 가구로 혼자 살아갈 때는 하다못해 층간소음 메모를 남기는 것에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이곳에서는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면서 합의점을 찾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했다.
냥코하우스는 ‘양천구 에코커뮤니티하우스’를 줄여 만든 말이다. 15명의 입주자 중 고양이를 반려동물 삼는 이가 제법 많다는 점도 이름을 짓는 데 고려됐다.
입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2020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에 응모한 정씨는 지난 1년 냥코하우스에서 생활하면서 변한 것 중 하나로 “입주자들이 모두 좀더 환경친화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청년 1인 가구를 위해 마련한 냥코하우스에 사는 입주자 15명의 나이는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분포돼 있다. 나이는 다르지만 모두 환경과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냥코하우스에서 개성 있는 입주자들 서로가 소통하고 지내면서 환경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쓰레기 분리배출 문제, 옥상텃밭 가꾸기 등에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내용 등을 입주 동료들에게서 배우며 자연스럽게 정보와 실천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 입주자 중 요리사가 있어 남는 식자재를 활용해 요리하고 이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요리 재능 봉사를 부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등 각자의 재능을 발휘해 구성원들의 공동체성을 높여가고 있다.
정씨는 환경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벌써 냥코하우스를 넘어 마을로까지 확장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2층 커뮤니티실에 있는 마을 지도에 환경 등을 포함한 마을의 주요 기관이나 장소를 하나씩 채우며 지역과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런 활동을 통해 정씨 등 입주자들은 최장 6년인 입주 기간이 종료돼도 이 동네에서 연속성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고 한다.
현장실사를 한 한국사회주택협회 윤은지, 윤창섭 회원은 “현재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고, 청년 시선에서 이를 바라보고 해결해나가고자 작은 실천이라도 하나씩 모색하고 실행하는 행동력이 돋보인다”며 “청년 주거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지역사회 여러 단체와 자원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적으로 찾고 있어, 앞으로의 공동체 활동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정씨는 우수상 상금 500만원은 “1인 가구들이어서 빨래에 어려움이 많다”며 “빨래건조기를 커뮤니티실에 두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방안 등 입주자 의견을 모아 사용처를 찾겠다”고 말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현장실사 윤은지·윤창섭 한국사회주택협회 회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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