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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성동구 성수동 서버번피플 공방에서 김하늘씨가 폐마스크 필터를 100% 재활용해 만든 등받이 없는 의자 ‘스툴’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뒤에는 플라스틱 필터를 고열로 녹여 붓는 나무틀과 여러 색의 스툴이 있다. 아래는 서버번피플 팀원들이 함께 만든 스툴과 의자들.
폐마스크 플라스틱을 고열로 녹여
의자 모양 틀에 굳혀 졸업 작품 제작
동기 2명·선배와 ‘서버번피플’ 꾸려
활동 1년여 만에 20여회 협업·전시
“양산할 수 있는 제품 개발할 계획”
지난 2월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2층 스토어와 라운지가 새 단장을 했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주제로 생활 속에 버려지는 소재들의 쓰임을 찾아 적용한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환경오염 요인이 된 폐마스크를 재활용한 테이블과 스툴(등받이가 없는 의자)도 이 가운데 하나다. 스토어 입구에서는 ‘김하늘 작가-폐마스크를 업사이클링한 가구’라고 쓰인 큼직한 안내판을 볼 수 있다. 흰색, 검은색, 흰색과 검은색의 조합 등의 스톨 12개와 흰색 테이블 4개가 스토어와 라운지 곳곳에 자리 잡았고, 누구나 앉아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다.
지난 4일 한 달 넘는 작업을 막 끝내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새활용(업사이클링) 디자이너 김하늘(25)씨를 공방에서 만났다. 공방은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성동구 성수동의 5층 건물 옥상에 있다. 옥상 실내공간 한편엔 폐마스크에서 골라낸 필터가 수북했고 다른 편엔 알록달록한 스툴이 두세 개씩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는 “작업 땐 며칠씩 잠을 거의 자지 않고 긴장해 지내는데 끝나고 나면 엄청 홀가분해진다”며 “활동 1년 만에 많은 작가가 꿈꾸는 곳에 작품을 설치해 값진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소 사이로 보이는 치아 교정기가 그를 더 앳돼 보이게 했다.
그가 폐마스크로 가구를 처음 선보인 것은 2020년 겨울이다. 그해 계원예술대 리빙디자인과 졸업반 학생이던 그는 졸업 작품을 고민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 달에 지구촌에 버려지는 마스크가 1300억 장이라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마스크 필터 소재가 플라스틱(폴리프로필렌)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재활용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귀 부분 고무, 코 지지대 철 등 성분이 섞여 있어 분리작업 비용이 많이 들어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나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했단다. “엄청나게 버려지는 마스크가 실제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동시에 ‘지속가능성’이 환경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키워드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폐마스크로 가구를 처음 선보인 것은 2020년 겨울이다. 그해 계원예술대 리빙디자인과 졸업반 학생이던 그는 졸업 작품을 고민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 달에 지구촌에 버려지는 마스크가 1300억 장이라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마스크 필터 소재가 플라스틱(폴리프로필렌)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재활용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귀 부분 고무, 코 지지대 철 등 성분이 섞여 있어 분리작업 비용이 많이 들어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나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했단다. “엄청나게 버려지는 마스크가 실제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동시에 ‘지속가능성’이 환경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키워드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3개월여 만에 100% 폐마스크를 재활용한 소재로 스툴을 완성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을 응용해 마스크 필터를 열풍기의 500도 가까운 뜨거운 바람으로 녹였다. 이 액체를 의자 모양 나무틀에 붓고 단단하게 굳게 한 뒤 뗐다. 처음엔 흰색, 검은색만 생각했는데 학교 수거함 4곳에 파란색, 분홍색 등도 모여 다채로운 색상을 연출해낼 수 있었다.
스툴 하나 만드는 데 약 1500장, 등받이 의자는 약 4천 장의 폐마스크가 필요하다. 작품 소재로 쓸 수 있는 폐마스크를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원예대가 있는 경기도 의왕시가 수거함을 설치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에 문의했다. 감염과 오염 문제로 사용한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달 정도 작업을 중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방송 촬영으로 들른 마스크 공장에서 마스크 제조 과정에 10% 정도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보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재활용하는 것도 의미 있고, 감염·오염 걱정 없이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좋은 대안이었다”고 했다.
폐마스크를 재활용한 의자는 기대 이상의 반향을 일으켰다. 1천 명이 참여한 졸업작품전에서 1등을 거머쥔 것은 물론이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외 미디어 100여 곳과 인터뷰가 이어질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실행에 옮긴 점에 박수와 응원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쑥스러워하며 김씨가 말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협업(한시적으로 팀을 꾸려 하는 공동 작업)과 전시 등을 20여 회 했다. 아모레퍼시픽, 현대차, 현대백화점 등과 지속가능한 친환경 디자인을 주제로 협업하고 대림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 전시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작품 활동 1년의 신인작가가 해내기 어려운 엄청난 성과다.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었던 일”이라며 “서버번피플 멤버들과 함께해 가능했다”고 그는 말했다. 서버번피플은 지난해 대학 동기 2명, 선배와 함께 꾸린 팀으로 팀 이름엔 환경문제는 평범한 사람들이 푼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앞으로 독자적인 디자인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폐자재에 가치를 입히는 그의 디자인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소재는 폐마스크에서 헌 옷 등으로, 프로젝트 단위에서 공간 전체를 꾸미는 방식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폐마스크 재활용 가구도 양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하는 데 힘을 쏟으려 한다. 멀리 내다보고 꾸는 꿈도 있다. “(폐천막을 새활용하는 세계적인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처럼 ‘새활용 가구 브랜드’ 하면 서버번피플이 떠오르는 ‘제2의 프라이탁’이 되고 싶다”고 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