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사람·자연 공존 위해 숲으로 간 ‘도서관’

구로구, 복합문화공간 천왕산근린공원에 ‘책쉼터’ 개관

등록 : 2022-03-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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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는 23일 항동 천왕산근린공원에 책쉼터를 개관했다. 어린이·기후·자연에 특화된 책쉼터는 책과 자연을 매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가족캠핑장, 인공암벽장 이어 만들어

어린이·기후·자연에 특화된 도서 구비

책 읽고 실천하게 맞춤 프로그램 지원

‘3유·3무’ 지향…주민 커뮤니티 활성화

천왕산근린공원 입구를 지나면, 오른쪽에 아담한 갈색 건물이 보인다. 구로구가 23일 개관한 천왕산 책쉼터다.

“숲속 책쉼터에서 휴식하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습니다.” 천왕산 책쉼터 운영을 맡은 권신윤(52) 책임자(이사)는 16일 “책쉼터 운영으로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어우러진 활동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책과 숲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으로 주민들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로구가 천왕산근린공원에 가족캠핑장, 인공암벽장, 생태공원, 스마트팜센터(도시농업체험장)에 이어 책쉼터와 카페를 만들었다. 가족캠핑장을 시작으로 여러 쉼 공간을 만든 천왕산은 온 가족이 함께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숲속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이곳은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구로구는 2020년 9월 항동 천왕산근린공원에 가족캠핑장(2만755㎡)을 개장했다. 천왕산 가족캠핑장은 야영데크 30면, 주차장과 샤워장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2021년 초에는 캠핑장 주변에 생태숲(9100㎡)도 만들었다. 오랜 기간 경작지로 사용돼 산림이 훼손된 지역에 생태연못, 저류습지, 조류서식지, 관찰데크, 숲속생태놀이터, 산책로 등을 조성했다. 2021년에는 3월 인공암벽장과 11월 스마트팜센터를 만들었다. 스마트팜센터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도시에서 스마트 농업을 체험할 수 있다. 버티컬팜, 스마트온실 등으로 구성됐다. 버티컬팜은 5단 수직구조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공간 효율을 높였다. 버터헤드, 로메인 등 엽채류를 수경재배하고, 스마트 온실에서는 딸기를 재배한다. 구로구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11월 목공소를 추가로 만들면 구로구가 계획한 숲속 복합문화공간이 완성된다.

이번에 개관한 천왕산 책쉼터(290㎡)는 ‘숲으로 들어온 도서관’인 셈이다. 책쉼터는 숲속에 있는 만큼 어린이, 기후, 자연을 주제로 특색 있는 도서관을 운영한다. 책쉼터에는 3천여 권의 책이 있는데, 앞으로 더 늘려갈 계획이다.

책쉼터는 주민들이 책을 읽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맞춤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책과 함께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인 책쉼터는 독서프로그램과 산책프로그램을 비롯해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책쉼터는 자연 공간 안에 있어 환경과 기후위기 대응 활동도 함께하는 거점 공간 구실을 한다. 권 책임자는 “산속에 있는 책쉼터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을 통해 숲속에 있는 공간의 의미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책쉼터는 책의 주제를 실천하는 주민커뮤니티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숲속에서 다양한 동아리 활동 지원과 강좌를 운영하고, 천왕산공원 입구 항동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 프로그램도 월 1회 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벼룩시장, 어린이와 함께하는 ‘숲놀이 책놀이’ 생태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맹금류도 날아다니고, 딱따구리를 비롯해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죠.” 권 책임자는 “아이들이 책에서 본 내용을 곧바로 숲속에서 다시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책쉼터는 봉사단 ‘천왕산 레인저스'를 결성해 쓰레기 줍기 등 자연과 공존을 위한 활동도 한다.

책쉼터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북적북적’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천왕산공원과 가까운 항동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자문기구를 만들어 지역 사회 네트워크도 만든다. 주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마을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문화 행사를 비롯해 기후위기 포럼 등도 준비하고 있다. 권 책임자는 “천왕산 아래 항동에 신도시급 거주지가 생겨 입주민이 많이 늘어났다”며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으로 뿌리내리고 지역에 애정을 갖는 데 책쉼터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책쉼터는 스마트팜센터(도시농업체험장)의 도움을 받아 텃밭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텃밭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요리교실 등을 통해 이웃과 나눠 먹는 공동체 활동도 펼친다.

책쉼터는 숲속에 있는 만큼 ‘3가지가 있고, 3가지는 없는 공간’을 지향한다. 건강한 먹거리, 숲속 힐링, 자연과 공존이 있는 반면 쓰레기, 플라스틱, 탄소가 없다. 이를 위해 텃밭 운영, 비건요리교실, 가족환경교실, 제로웨이스트숍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제로웨이스트숍은 친환경 물품이나 천왕산 ‘굿즈’를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권 책임자는 “이런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주민 스스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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