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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 동대문구청 감사담당관 회의실에서 감사팀의 신영환(왼쪽) 팀장과 정은임 주무관이 어려운 감사규정을 그림으로 풀어낸 을 펼쳐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자체감사 지적사례 재발 방지 위해
사례집 읽고 규정 쉽게 알 수 있도록
디자인플랫폼 활용, 만화적 표현 써
“사례집 전체 만화 제작 욕심 생겨요”
“감사사례집을 한 번만 읽어보면 실수를 덜 하는데, 아예 읽지 않는 게 안타까웠어요.”
지난 4월20일 오전 동대문구청에서 만난 신영환(56) 감사팀장이 최근 나온 <2021년 감사사례집>을 보여주며 말했다. 자체감사에서 지적된 6개 분야 83건 사례를 담은 이번 책자에서는 감사규정을 삽화로 쉽게 풀어쓰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게다가 추가 예산 없이 온라인 디자인 제작 플랫폼을 이용해, 담당자인 정은임(39) 주무관이 직접 작업해 의미를 더했다.
신 팀장은 지난해 감사팀에 3번째로 부임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직전년도 감사 지적사례를 담은 사례집을 해마다 만든다. 형식이 일률적이고 글은 딱딱하다 보니 공무원들의 책꽂이에 고이 꽂히기 일쑤이다. 그는 이번엔 꼭 ‘읽히는’ 사례집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한 번이라도 펼쳐볼 수 있게 표지부터 내지까지 형식과 내용에 변화를 주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신 팀장은 말했다.
개선 방향을 잡기는 했지만, 추가로 쓸 예산은 없었다. 난감해하던 차에 1월 청렴팀에서 옮겨온 정 주무관이 문제를 풀어냈다. 그는 청렴 소식지를 만든 경험을 살려 온라인 디자인 제작 도구 플랫폼을 조사해 저작권 문제 등을 검토했다. ‘망고보드’에서 4만9천원 월 회비를 내고 한 달 안으로 작업하면 저작권 문제 없이 이미지를 발간물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해 진행했다. 정 주무관은 감사규정 내용을 삽화로 표현하면서, 현장에서 고민하거나 실수하게 되는 사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예전에는 법인카드 사용 때 회계처리 절차 미준수 사례의 경우 관련 규정을 글로만 나열했다. 이번 책자에선 홍보담당관 방송팀원이 야근하며 촬영장비를 급하게 사야 하는 상황의 그림과 ‘지출 품의를 올릴 시간이 없으니 일단 결제부터 하자’는 말풍선을 담고 아래에 빨간 글씨로 ‘위반입니다’라고 적었다. 자세한 규정 내용은 아래에 추가로 담았다. 디자인은 책자를 보는 직원들이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표지엔 노란색 포스트잇 모양에 난감해하는 이모티콘과 ‘실수는 이제 그만!-업무처리 시 유의할 사항을 담았습니다’라는 글귀를 적었다. 뒤표지엔 ‘지금의 나는 어떤 공직자일까요? 처음 공직에 임용된 그 순간의 설렘을 기억하시나요’라는 문구를 썼다. 직원들이 공직자인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에 신 팀장이 직접 쓴 글귀다. 직원들이 의견을 쓰는 칸이 있는 열람표를 책자 뒷부분에 넣었다. 정 주무관이 80여 개 사례를 정리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건축주택, 시설공사 등 낯선 분야는 관련 규정을 일일이 찾아보며 이미지 콘셉트를 잡았다. “이번에 공부가 정말 많이 됐다”고 정 주무관이 말했다.
개선 방향을 잡기는 했지만, 추가로 쓸 예산은 없었다. 난감해하던 차에 1월 청렴팀에서 옮겨온 정 주무관이 문제를 풀어냈다. 그는 청렴 소식지를 만든 경험을 살려 온라인 디자인 제작 도구 플랫폼을 조사해 저작권 문제 등을 검토했다. ‘망고보드’에서 4만9천원 월 회비를 내고 한 달 안으로 작업하면 저작권 문제 없이 이미지를 발간물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해 진행했다. 정 주무관은 감사규정 내용을 삽화로 표현하면서, 현장에서 고민하거나 실수하게 되는 사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예전에는 법인카드 사용 때 회계처리 절차 미준수 사례의 경우 관련 규정을 글로만 나열했다. 이번 책자에선 홍보담당관 방송팀원이 야근하며 촬영장비를 급하게 사야 하는 상황의 그림과 ‘지출 품의를 올릴 시간이 없으니 일단 결제부터 하자’는 말풍선을 담고 아래에 빨간 글씨로 ‘위반입니다’라고 적었다. 자세한 규정 내용은 아래에 추가로 담았다. 디자인은 책자를 보는 직원들이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표지엔 노란색 포스트잇 모양에 난감해하는 이모티콘과 ‘실수는 이제 그만!-업무처리 시 유의할 사항을 담았습니다’라는 글귀를 적었다. 뒤표지엔 ‘지금의 나는 어떤 공직자일까요? 처음 공직에 임용된 그 순간의 설렘을 기억하시나요’라는 문구를 썼다. 직원들이 공직자인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에 신 팀장이 직접 쓴 글귀다. 직원들이 의견을 쓰는 칸이 있는 열람표를 책자 뒷부분에 넣었다. 정 주무관이 80여 개 사례를 정리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건축주택, 시설공사 등 낯선 분야는 관련 규정을 일일이 찾아보며 이미지 콘셉트를 잡았다. “이번에 공부가 정말 많이 됐다”고 정 주무관이 말했다.
2020년과 2021년의 감사사례집.
책자로 인쇄된 130여 부가 4월 초 나왔다. 부서마다 두세 권씩 나눠줬다. 책자의 피디에프(PDF) 파일은 구청 누리집에 올렸다. 서울시와 다른 자치구에는 공문서에 PDF 파일을 첨부해 전자우편으로 공유했다. 안팎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신 팀장은 “이전엔 책자를 배포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이번엔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부서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 주민이 책자를 볼 수 있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다른 자치구 감사 담당자들은 제작과정에 대해 문의해왔다.
신 팀장은 공직 생활 31년째다. 이 가운데 8년을 감사팀에서 근무했다. 감사부서는 업무 부담감이 커 직원들의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다른 직원들의 업무에 대해 지적하고 때로는 처분과 조처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힘든 여건이지만 비위를 범하는 직원의 비율도 점차 낮아지고, 지적 건수도 줄어드는 추세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감사팀장으로 그가 추진하고 싶은 일이 있다. 종합 감사사례집을 내는 것이다. 현재의 자체감사 지적사례에 다른 감사부서(민원조사, 계약심사, 환경순찰)의 유용한 사례를 종합해 담으려 한다. 그는 “더 많은 직원이 사례집을 읽고 관행과 타성을 버리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종합 사례집 제작은 올해 주요 업무 계획에 넣었고, 연말 감사가 끝나는 대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정 주무관은 6년의 육아휴직 공백을 메우고 싶어 감사팀을 지원했다. 그는 다른 부서의 업무를 파악해가면서, 사례집 활용도를 높이는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려 한다. 이번 제작과정에서 사례와 관련된 상황에 딱 맞는 그림을 찾는 데 어려움도 적잖았다. 삽화 캐릭터의 표정을 더 다양하게 하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쉬웠다. “이번에는 관련 규정만 그림으로 그렸는데, 사례집 전체를 만화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고 했다.
“구청의 1300명 직원 대상 공모전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신 팀장의 즉석 아이디어에 정 주무관이 “그럴까요”라고 맞장구치며 미소 지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