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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하려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 불안했는데 숲에서 연주를 들으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어요.”
강남 개발 바람에도 용케 살아남아 회색 도시에 초록의 쉼표로 남은 송파구 오금공원에서 이지나(29) 씨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아스팔트와 잿빛 콘크리트로 포위당한 초록섬 오금공원에는 초록 향이 은은했다. 배 속 아이의 태명을 나무에 새기던 남편 장지성(32) 씨는 연주자에게 한 번 더 연주를 부탁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김지원(34) 씨도 임신부다. 5월28일 열렸던 1기 태교학교에 참가했던 김씨는 부부의 마음을 잘 알겠다는 듯 기꺼이 바이올린 활을 다시 잡았다.
6월11일 산림청 녹색자금을 지원받아 송파구보건소와 (사)숲태교연구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숲 태교학교 2기’의 풍경 가운데 한 토막이다.
“예비 엄마의 안정을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첫째가 남편의 지지와 믿음이고, 그다음이 맑고 신선한 공기다. 그런 면에서 숲은 태교에 최적의 장소다. 시멘트 공간에서 벗어나 이젠 태교를 숲에서 해야 한다”라는 오수숙 숲태교연구협회 회장의 말은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다.
2015년 국립산림과학원은 일본 지바대학과 함께 연구한 결과, 숲에서는 급성 스트레스로 분비되는 호르몬 코르티솔이 23.6%, 심리적 긴장과 불안감이 18.5% 낮아지는 등의 치유 효과를 밝혀냈다.
이보다 앞선 2013년 연구에서는 숲이 있는 학교 학생들은 숲이 없는 학교 학생들에 비해 적대감 18%, 행동공격성 20%, 분노감이 19% 낮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생애 주기별로 활용할 수 있는 숲을 조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이유도 숲의 높은 치유 효과를 삶의 질 개선에 활용하려는 뜻이다.
숲은 치유 효과뿐 아니라 도시의 열섬 현상 억제와 자동차 소음 감소 등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효과가 높다. 가로수를 심으면 도시 소음은 7%쯤 줄어들고, 엽면적 1600㎡의 느티나무 한 그루는 연간 산소 1.8톤을 배출한다고 한다.
최근 서울의 숲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유아 체험숲이 맺은 결실이다. 서울은 1000개의 숲 1000개의 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무를 심을 땅도 예산도 부족한 현실을 돌파할 뾰족한 수는 아직 없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