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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도시의 경쟁력이자 가장 위대한 유산

등록 : 2016-06-23 14:51 수정 : 2016-06-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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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세계적인 항공사인 보잉사가 본사 이전 계획을 발표한다. 시카고, 댈러스, 덴버 시가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최종적으로 시카고가 선정되었다. 보잉사는 여러 가지 선정 기준 중에서도 여가 기회를 포함한 도시의 삶의 질에 주목했다고 한다. 탈락한 댈러스 시는 진지하게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고, 이후 도심 유휴 공간에 대규모 공원을 마련할 것을 결정한다.

15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숲과 공원을 넓히고 있다. 빈 땅이 없다면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방치된 시설을 도시 공원으로 재생하고, 옥상과 벽면을 활용한 입체 녹화까지 한다.

우리나라와 함께 비슷한 경제성장의 길을 걸어온 싱가포르의 도시숲 정책은 드라마틱하다. 얼마 전 타계한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은 1960년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먹고살기 위해서는 ‘관광, 금융, 물류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위해 ‘정원도시’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부족한 토지 자원에도 도로, 육교, 건물 등 모든 도시 인프라를 녹화하는 방법을 써서 지금은 도시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 녹색 공간으로 관리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1858년 부분 개장한 뒤 시민의 이용 편의와 도시적으로 요구되는 프로그램을 수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렇다고 모든 도시 숲이 도시를 경쟁력 있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늘날 세계 도시 숲의 교본과 같은 뉴욕 센트럴파크는 1970년대만 하더라도 마약과 범죄의 소굴로 여겨졌다. 1980년에 시작한 센트럴파크컨서번지라는 단체와 뉴욕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300헥타르(축구장 300개 규모)에 이르는 이 거대한 숲이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숲만 보지 말고 나무도 봐야 한다. 최근 강남의 어느 아파트는 재개발을 위해 단지 내 있던 5층 아파트 건물보다 큰 나무 2000여 그루를 대부분 베어낸다고 한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개인 주택 담장 안에 있는 큰나무도 허가받지 않고는 벨 수가 없다. 우리나라 아파트 평균 수명은 40년 내외이지만 그곳에 숲을 이루고 사는 나무들의 수명은 수백 년이 넘는다. 인공 구조물은 시간이 갈수록 감가상각비만큼 그 가치가 줄어들지만 나무와 숲은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서울역 고가는 정확히 45년 동안 자동차를 나르는 데 쓰였고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그리고 이제는 ‘걷는 도시 서울’을 위한 기다란 공원으로 바뀌고 있다. 한때 도시 숲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방해하는 걸림돌이었다. 숲을 훼손하고 도로를 뚫어 자동차가 주인이 된 도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숲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160년 전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만들 때 당시의 지도자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만약 이곳에 우리가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 우리는 이만 한 면적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숲과 공원은 개발 유보지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질을 결정해 주는 것이고, 후손들에게 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이강오 서울어린이대공원 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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