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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천연동 천연뜨란채아파트 우편함에 설치된 ‘토닥토닥’ 사용법을 설명하는 주민 신정현씨. 신씨는 토닥토닥 덕분에 이웃 간 의사 소통 문제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자랑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직접 대면하지 않아 의도하지 않은 오해를 살 일이 없어졌어요. 말하기 불편했던 민원도 갈등 없이 전할 수 있어 좋아요.”
사투리 때문에 이웃에게 종종 오해를 사기도 했던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천연뜨란채아파트 107동 주민 신정현(50)씨는 요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어졌다고 좋아했다. 지난해 12월 아파트 우편함에 ‘토닥토닥 Talk Talk’(이하 토닥토닥)이 비치되면서 생긴 변화다.
공동주택 우편함을 통한 이웃 간 소통 도구인 토닥토닥은 편지지와 선물용 라벨, 커뮤니케이션 카드로 구성돼 있다. 편지지는 민원을 제기할 때, 커뮤니케이션 카드는 이웃에 양해를 구할 때 필요한 내용을 적어 우편함에 꽂아두면 된다. 둘 다 이웃의 오해를 사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긍정을 나타내는 단어와 문장으로 디자인됐다.
토닥토닥은 지난해 7~12월 서울시가 ‘이웃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주제로 진행한 ‘디자인 거버넌스’ 시범사업의 결과물이다. 시민이 직접 사회문제를 제안하고, 시민과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가 디자인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전형적인 민관 협력 모델이다. 토닥토닥 프로젝트에 부매니저로 참여한 최정은(39)씨는 “우리 집도 아니고 보상도 없었지만, 직접 사회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였다”며 뿌듯해했다. 이웃 갈등 해소 프로젝트에는 최씨를 비롯해 모두 19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디자인 거버넌스는 확장된 서울시 디자인 정책 영역의 결과물이다. 서울시 디자인 정책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에서 2012년 이후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그 결과 범죄예방, 학교폭력 예방, 인지건강, 복지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셜 디자인’이 삶의 질을 높이는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금천구 가산동 ‘범죄예방디자인’, 서울시 제공
범죄는 꼼짝 마
어둡고 인적이 드문 막다른 골목 바닥에 빛으로 쓴 ‘너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사랑해!’라는 글귀(동작구 상도4동), 쓰레기가 가득 찬 채로 방치됐다가 공부방과 공동육아방 등으로 쓰이는 ‘지킴마루'로 탈바꿈한 빌라 주차장(금천구 가산동), 여성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밝은 조명과 에티켓 사인(서초구 반포1동).
모두 범죄자의 범행 심리를 위축시키기 위한 범죄예방 디자인의 결과물이다. 치안이 열악한 우범지대 등에서 범죄 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만들었다. 서울시는 2012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마포구 염리동 골목길에 이런 디자인을 도입했고, 효과가 입증되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서울시는 여성 원룸 밀집지역(관악구 행운동), 전통시장(중랑구 면목동), 외국인 거주지(용산구 용산2가동), 공원(양재 시민의숲) 등으로 지역 특색에 맞춰 범죄예방 디자인 적용 대상을 넓혀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이 디자인을 적용하고 1년 뒤 평가한 자료를 보면, 면목동은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범죄가 30% 이상 줄었고, 용산2가동도 강도·성폭행 범죄가 2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디자인 정책과 권은선 주무관은 “지난해까지 모두 37곳에 범죄예방 디자인을 적용했고, 2018년까지 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올해엔 ‘범죄예방 디자인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전국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범죄자의 범행 심리를 위축시키기 위한 범죄예방 디자인의 결과물이다. 치안이 열악한 우범지대 등에서 범죄 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만들었다. 서울시는 2012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마포구 염리동 골목길에 이런 디자인을 도입했고, 효과가 입증되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서울시는 여성 원룸 밀집지역(관악구 행운동), 전통시장(중랑구 면목동), 외국인 거주지(용산구 용산2가동), 공원(양재 시민의숲) 등으로 지역 특색에 맞춰 범죄예방 디자인 적용 대상을 넓혀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이 디자인을 적용하고 1년 뒤 평가한 자료를 보면, 면목동은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범죄가 30% 이상 줄었고, 용산2가동도 강도·성폭행 범죄가 2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디자인 정책과 권은선 주무관은 “지난해까지 모두 37곳에 범죄예방 디자인을 적용했고, 2018년까지 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올해엔 ‘범죄예방 디자인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전국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영등포구 신길동 ‘인지건강디자인’, 서울시 제공
치매가 두렵지 않다
나이가 많거나 치매를 앓는 노년층은 인지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어제까지 익숙했던 마을 길조차 한순간에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오기 쉽다. 2014년 서울시가 인지건강 디자인 시범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양천구 신월1동의 주택가 역시 노인들에겐 위험한 곳이었다. 이면도로에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면도로의 5분의 2가량에 노란색을 칠해 보행로로 만들고, 교차로는 눈에 잘 띄는 분홍색으로 칠했다. 또 동네의 슈퍼나 부동산 점포를 ‘길반장’으로 지정해 길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시민에게 도움을 주도록 했다. 사업 완료 뒤 대한치매학회가 조사한 결과, 노년층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1인 가구에선 36.4%, 부부 가구에선 77.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활 수행 시간이 60.0% 줄어들면서 만족도는 35.7% 올랐다.
이렇듯 인지건강 디자인은 기존의 익숙한 주거 환경 디자인을 변형해 노인이나 치매 환자 등의 인지능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돕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인지건강 주거환경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지난해 4월 전국 607가구의 주거환경 개선에 서울시의 지침을 적용했다.
노원구 중계동 중원초 ‘학교환경 개선 컬러컨설팅’, 서울시 제공
학교를 바꿔라
교과목별로 수업하는 교실이 다른 중랑구 망우1동 봉화중학교는 과목별로 교실과 복도의 색이 제각각이다. 과목별 특성을 반영해 인문은 녹색, 과학은 하늘색, 언어는 주황색이다. 양천구 신정2동 금옥중학교의 복도 벽면은 면 분할과 색채 대비를 이용해 착시 현상을 안겨준다. 노원구 중계동 중원초등학교의 화장실 벽면에는 물고기와 고래가 바다가 아닌 하늘에서 헤엄치고 있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학교환경 개선 컬러컨설팅’ 시범 사업을 추진해왔다. 어둡고 획일적인 학교를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학습 능률 향상에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색채 및 그래픽 디자인을 적용하는 사업이다. 뇌가 색채 자극을 받으면 심리적 치료가 이뤄진다는 ‘컬러테라피’ 이론을 학교에 접목한 것이다.
이 컬러컨설팅 사업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강효진 서울시 디자인개발팀장은 “지난해 시범학교 10곳의 학생 46명을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 20.7%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2014년에 시범사업 학교였던 강서구 화곡동 우장초등학교 학생 20명의 뇌파를 검사한 결과 주의력이 40%, 집중력이 27%, 휴식력이 21% 오른 것으로 측정됐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27개 학교에서 컬러컨설팅을 했고, 올해도 5개 학교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